[2002대기업 리더들⑭]금호그룹 "아시아나신화 또 한번"

  • 입력 2002년 4월 8일 18시 24분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왼쪽)과 박삼구 아시아나항공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금호그룹 오찬에서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왼쪽)과 박삼구 아시아나항공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금호그룹 오찬에서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금호그룹의 요즘 가장 큰 현안은 재도약을 위한 구조조정이다.

타이어 고속 건설 등의 사업부문을 거느린 금호산업은 타이어사업부를 분리, 지분의 80%를 외국 투자회사에 넘기는 협상을 진행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자회사인 아시아나공항서비스와 아시아나공항개발 매각에 대한 양해각서를 이르면 이번 주에 맺을 예정이다.

대규모 구조조정은 금호그룹 역사에서 처음이 아니다. 1979∼84년에는 14개 계열사를 4개로 줄이는 ‘군살빼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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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힘입어 금호그룹은 85∼88년 대규모 흑자를 냈고 이를 발판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설립,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최고경영자(CEO) 절반 이상이 ‘영업통’〓박정구(朴定求) 금호그룹 회장은 “고기를 잡아야 요리를 한다”고 자주 말해왔다.

영업을 강조하는 박 회장의 철학은 그룹 인사에도 깊숙이 배어 있다. 관리부문에서 주로 성장한 CEO라 하더라도 대개 영업 현장을 뛴 경험이 있다. 더구나 주요 전문경영인 11명 가운데 6명은 내로라 하는 ‘영업통’이다.

신형인(辛亨寅) 금호산업 타이어사업부 사장은 65년 금호타이어에 입사, 금호폴리캠 사장을 잠시 지낸 것을 빼면 줄곧 타이어에서 일했고 97년 CEO 자리에 올랐다. 미국 영국 등의 현지법인장을 지내는 등 수출 분야에서 주로 활약했다. 신 사장은 세계 타이어시장 점유율 10위 업체로의 위상을 탄탄하게 다졌다는 평.

김태환(金泰煥) 금호피앤비화학 사장은 아시아나항공에서 전무와 부사장을 맡아 영업기반을 닦은 창업공신. 일본 마루베니상사에서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해 일본을 잘 안다. 신 사장이 영국신사풍의 조용한 성격인 것과 달리 김 사장은 활달하고 친화력이 뛰어나다.

박찬법(朴贊法)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그룹 안에서 연배가 높지 않고 아시아나 창업 멤버가 아닌데도 2001년 1월 사장에 선임돼 눈길을 끌었다. 금호타이어의 해외영업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아시아나항공으로 옮긴 뒤 미주지역본부장 영업부사장 관리부사장 등을 지냈다. 그는 “CEO가 아닌 최고운영책임자(COO)”라고 몸을 낮추며 현장을 철저히 챙긴다. 독서량이 많다.

김성기(金成起) 금호미쓰이화학 사장은 상업은행 등에서 근무하다 78년 금호그룹에 입사, 금호 미국현지법인 등에서 수출과 마케팅을 주로 담당했다. 컴퓨터에 능하고 ‘튀는’ 아이디어가 많다.

이원태(李元泰) 금호산업 고속사업부 사장은 그룹 안에서 손꼽히는 중국전문가. 그가 과거 사령탑을 맡은 금호타이어 중국공장은 97년 가동한 지 3년 만에 중국 승용차 타이어 교체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레저와 렌터카사업을 지휘하고 있는 성기욱(成基旭) 금호개발 부사장도 손꼽히는 영업통이다.

▽깔끔한 일솜씨의 관리형 CEO들〓그룹 안에서 ‘관리의 귀재’로 꼽히는 CEO는 송기혁(宋基赫) 금호생명 사장. 회장부속실 상무를 지내는 등 박인천(朴仁天) 창업주와 박성용(朴晟容)명예회장을 오랫동안 가까이에서 보필했다. “뭐든지 맡겨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대주주 일가의 신임이 두텁다. 금호생명과 동아생명을 통합, 만년적자이던 회사를 2년 만에 흑자회사로 탈바꿈시켰다.

손명원(孫明源) 금호폴리캠 사장은 재무전문가로 핵심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전무와 금호타이어 부사장을 거쳤다. 미국 웰스파고은행의 수석 경제분석가인 손성원(孫聖源) 박사가 친동생.

신훈(申勳) 금호산업 건설사업부 사장은 최고정보화책임자(CIO)로는 드물게 건설사의 CEO를 맡아 이채롭다. 대한항공 삼환기업 한국신용평가 등의 전산분야에서 근무한 데 이어 금호그룹에서도 주로 정보화를 책임졌다. 한번 만난 사람과도 호형호제를 할 만큼 친화력이 뛰어나 ‘발이 넓어야 하는’ 건설사업부 CEO로 발탁됐다는 후문.

서구(徐玖) 금호종합금융 사장은 금호고속과 금호건설의 경리 자금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금융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인정받아 금융계열사의 CEO를 맡았다.

최영한(崔榮漢) 아시아나공항서비스 부사장은 아시아나항공 초대 총무부장 출신으로 관리부사장과 안전부사장을 지내는 등 항공사 경영관리의 베테랑이다.

▽차세대 리더들과 구조조정 주역들〓그룹의 차세대 주역으로는 금호산업 타이어사업부 오세철(吳世哲) 조자연(趙子衍) 김종호(金宗鎬) 부사장, 금호산업 건설사업부 이삼섭(李三燮) 전석한(田錫漢) 부사장, 금호산업 고속사업부 김성산(金城山) 부사장, 아시아나항공 차옥환(車玉煥) 류병률(柳炳律) 박근식(朴根植) 부사장, 금호석유화학 박승영(朴勝永) 부사장, 금호생명 박병욱(朴炳旭) 부사장 등이 꼽힌다.

금호그룹의 현안이 구조조정이라는 점에서 이를 총괄하는 비전 경영실 임원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실무책임자인 오남수(吳南洙) 부사장은 서울신탁은행 출신으로 아시아나항공 재무담당 상무를 거쳤다. 치밀한 재무지식에 친화력까지 겸비, 구조조정 실무책임자로는 가장 적임이라는 평.

오 부사장의 지휘 아래 태스크포스팀 구조조정팀 경영관리팀 품질관리팀을 각각 이끌고 있는 김안석(金安石) 이용주(李龍柱) 김병섭(金炳燮) 윤생진(尹生進) 상무 등도 장래가 밝은 차세대 리더로 꼽힌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금호그룹을 이끄는 주요 전문경영인
회사직위이름나이학력출신지
금호산업 타이어사업부사장신형인 61광주일고-고려대 법학전남 함평
금호피앤비화학사장김태환 59경복고-연세대 정치외교경북 선산
금호생명사장송기혁 61남성고-한국외국어대 영어전북 김제
금호폴리캠사장손명원 61광주일고-중앙대 경영광주
아시아나항공사장박찬법 57배재고-경희대 정치외교전남 나주
금호미쓰이화학사장김성기 58서울고-고려대 경제경기 연천
금호산업 건설사업부사장신 훈 57광주고-서울대 수학서울
금호종합금융사장서 구 56목포상고-조선대 상학전남 영광
금호산업 고속사업부사장이원태 57중앙고-서울대 농경제전남 함평
금호개발부사장성기욱 55부산해양고-동아대 기계경남 하동
아시아나공항서비스부사장최영한 59경기상고-성균관대 상학서울
비전경영실부사장오남수 54휘문고-고려대 농학광주
박정구 회장 등 대주주 일가 경영진은 제외.
자료:금호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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