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경제 에세이]황은경/밥잘먹는 여성이 일도 잘해

  • 입력 2002년 3월 3일 17시 42분


황은경 (주)아가방 소비자상담실장
황은경
(주)아가방 소비자상담실장
직장 여성이 밥을 잘 먹어야 하는 이유

㈜아가방에 입사해 15년이 넘게 참으로 많은 여직원들을 뽑아봤다. 필자가 여직원을 뽑을 때마다 빼놓지 않고 하는 질문이 “밥 잘 먹느냐”이다. 엉뚱하고 노친네 같은가.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식사하는 스타일에서 그 사람의 직장 생활에 대한 수명을 어느 정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밥 먹는 것을 보고 직장생활을 얼마나 할지 알 수 있다는 말이 좀 우습기는 하지만 실제 경험에 비춰 보면 꽤 맞는 편이다. 밥을 잘 먹는 사람은 그 만큼 건강하고 체력이 좋아서 직장 생활에 적응을 잘한다. 또 매사에 적극적이고 업무 파악이 빠르며 지각이나 결근도 없다.

특히 여성들에게는 결혼과 임신, 출산이라는 큰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건강한 몸과 마음은 필수적이다. 그래서 신입 사원이 들어오면 첫 번째 회식 때 항상 여직원들의 밥 먹는 모습을 보면서 ‘1년짜리’ 인지 ‘5년짜리’ 인지 가늠해보곤 한다.

편식이 심하고 밥 먹는 모습이 시원찮은 여직원은 직장생활은 물론 결혼 후 새로운 생활에도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임신을 하면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입덧 또한 견뎌내지 못한다. 또 출산후 회복도 더디다.

게다가 육아에도 자신이 없어서 휴일보다는 차라리 회사에 출근하는 날을 더 편하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 모체가 건강하지 못하면 태어난 아기 또한 병치레가 잦다. 이 때문에 엄마는 자리를 자주 비우게되고 몸과 마음이 피곤하니 일에 대한 의욕도 떨어진다.

나는 완벽한 의미에서 남녀평등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육아와 가사일 분담 때문이다. 요즘 젊은 부부들 사이에선 많이 달라지고는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맞벌이 부부의 남편들은 여전히 가사일에 인색하다.

이러한 사회적 불평등 속에서 직장을 다니는 여성들은 갸날픈 몸으로 감당해야 할 일이 참으로 많다. 그러므로 이 모든 일을 거뜬히 해치워내면서 보람있는 직장 생활을 해야 하는 아내들은 남편보다 훨씬 더 건강해야 한다.

우리 몸은 참으로 오묘해서 평소 잘 먹어서 충분히 저축을 해두면 언제고 몸에 이상이 있을 때 그 동안 저축해놓은 에너지들을 꺼내서 요긴하게 사용한다. 그러나 평소에 저축해 놓은 것이 없다면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 몸은 큰 타격을 입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직장 여성들이여, 더 유능한 직장인이 되기 위해 밥을 잘 먹자.

황은경 ㈜아가방 소비자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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