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의약품 아닌 식품’ 기능성 광고 숨바꼭질

  • 입력 2002년 2월 21일 17시 34분


‘어떻게 하면 은근슬쩍 알릴 수 있을까.’

식품 업체들이 신제품의 효능을 ‘티 안 나게’ 알리려고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습니다. 최근의 주력 상품은 치아 보호, 위장의 균 제거 등 특정한 효능이 있는 기능성 제품들이죠. 그런데 식품위생법상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과 의약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문구를 표시할 수 없거든요. 마케팅 포인트인 ‘기능성’을 내놓고 광고할 수 없는 거죠.

동양제과는 벤처기업 유젠바이오, 수원대 생물산업연구실 등과 4년간 공동개발한 껌 ‘니코엑스’를 이달 초 내놨습니다. 체내 니코틴을 인체에 해가 없는 ‘코티닌’으로 바꾼 후 소변을 통해 배출시킨다는 것이죠. 물론 ‘니코틴 제거 껌’을 광고의 핵심 개념으로 잡았지만 ‘담배’ ‘흡연’ ‘니코틴’ 등의 단어는 물론, 연기가 피어나는 장면도 광고에 담지 못했죠. 결국 지난 주말부터 나오고 있는 방송 광고 카피는 ‘몸으로 씹는 껌. 껌을 씹는 동안 껌의 성분이 몸 속 깊숙이…’로 두루뭉술하게 정해졌어요.

한국야쿠르트도 2000년 9월 선보인 고급 발효유 ‘윌’을 ‘위까지 생각하는 발효유’라고 광고했죠. 정작 하고 싶은 말은 ‘위장 장애를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증식 억제’라는 것이었지만요. 실제로 지난달 초에는 제품 포장에 ‘장내 유해균 감염 예방효과’라는 내용을 넣은 2개 업체가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지적을 받아 포장지를 교체했거든요.

아예 ‘약품이 아니다’라고 명시하는 방법도 있죠. 남양유업은 발효유 ‘불가리스’의 신문 광고에 ‘배변을 돕는다’는 설명과 함께 ‘약품이 아니라 식품이니 당장 효과가 없다고 중단하지 마시고 꾸준히 드십시오’라는 문구를 넣기도 했지요.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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