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의 명품이야기]우아함 내세운 '안나 몰리나리'

  • 입력 2001년 11월 7일 19시 13분


1977년 ‘블루마린’이라는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했을 때부터 낭만주의와 여성미를 추구하는 것은 ‘안나 몰리나리’를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하는 디자인 방향이다.

90년대 에이즈가 사회문제화 되고 다이어트 열풍이 불면서 ‘블랙 미니멀리즘’이 유행했을 때도 안나 몰리나리는 원래의 디자인 이념을 유지했다. 파스텔톤의 꽃무늬 니트, 레이스, 구슬자수, 밍크 등으로 만든 스웨터의 우아함은 오히려 색채의 암흑기에 확실한 안나 몰리나리 추종자를 만들었다.

40대 후반 엄마와 20대 딸이 함께 입을 수 있는 안나 몰리나리의 옷은 곧 그녀와 그녀의 딸을 위한 옷이고 그녀의 가족사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탈리아 남부 카르피에서 태어난 안나 몰리나리는 부모가 운영하던 니트의류회사에서 디자인을 익혔다. 16세에 백작 파올로 타리바니와 결혼하고 남편과 함께 사업을 시작한다.

‘바다와 영원’을 상징하는 블루사파이어에서 이미지를 따온 블루머린은 니트로 시작했지만 80년대에는 본격적으로 토털패션에 진출했다. 87년에 핸드백, 구두, 선글라스, 홈 켈렉션, 비치웨어 등 14개 라이센스 계약을 해 상업적으로도 성공했다. 95년부터 몰리나리는 ‘안나 몰리나리’와 ‘블루머린’을 독립된 제품군으로 제작하고 있다.

현재 안나 몰리나리사는 미술을 전공하고 패션잡지의 편집자로 활동했던 딸 로셀라가 디자인한다. 로셀라는 엄마의 이름으로 된 브랜드에 엄마가 원하는 스타일의 의상을 디자인한다. 인간 안나 몰리나리의 개성, 지적인 발랄함, 놀라운 창의력, 정열을 간직한 라이프스타일은 의류브랜드 안나 몰리나리가 나타내고자 하는 여성상이기 때문이다.

안나 몰리나리는 가족 중심으로 경영하며 소량씩 수제작한다. 파올로 타리바니는 새로이 넓어진 시장에 대처하기 위해 내부에 수영장을 갖춘 6400여평의 공장을 지었다. 직원들에게 집처럼 편안함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는 다른 브랜드처럼 대규모 공장에서 대량생산하지 않는다. 안나 몰리나리는 대기업의 다양한 제의를 거절하지만 마돈나, 샤론스톤, 산드라 블록 그리고 개성있는 여성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그만의 색을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다.

장현숙(보석 디자이너) Client@jewelbutt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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