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교부 '항공노선 배분' 문제 많다 "노선권 박탈 신중해야"

  • 입력 2001년 7월 8일 18시 56분


국제 항공노선 운항권 배분 등 항공정책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건설교통부는 멋대로 항공영업권을 제한하다가 법원에서 패소하기도 했다. 건교부는 또 여객기가 취항할 공항이나 항공사의 공급 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아 상당수 노선권을 묵히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국내 항공업계에 손실을 끼쳤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항공 영업권 제한하다 패소〓서울행정법원은 최근 건교부가 99년 1월 내린 ‘대한항공의 중국 일부 노선 운항권 취소’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노선 배분 후 1년 내에 취항하지 않으면 노선권을 회수한다는 건교부 지침은 강제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98년 우한(武漢) 쿤밍(昆明) 구이린(桂林) 등에 대한 노선권을 받았으나 외환위기 이후 수요가 급감해 취항하지 못했다. 대한항공은 99년 12월부터 ‘주 1회 취항’을 계속 신청했으나 건교부는 구이린 노선을 아시아나항공에 주고 나머지 중국 노선권은 박탈해 두 항공사 모두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어느 나라 항공사를 위한 정책인가〓건교부는 98년 8월 대한항공 여객기의 김포공항 활주로 이탈 사고에 대한 제재조치의 일환으로 99년 1월부터 서울∼도쿄간 주 800석(약 주 2회) 규모의 노선권을 영구 박탈하고 아시아나에 줬다.

그러나 아시아나는 나리타(成田)공항의 슬롯(일정 시간 활주로 사용권한)을 추가로 얻을 수 없고 기종 크기가 작아 좌석수도 늘리지 못해 지금까지 쓰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구간 좌석난을 가중시키고 승객들을 외국 항공사에 뺏겨 매년 100억원 이상의 국가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과의 협상으로 서울∼베이징(北京)간에는 양측에서 98년 1월부터 주 4회 화물기를 취항키로 했다. 이 노선권은 아시아나에 배분됐다.

아시아나는 이 노선에 띄울 대형 화물기가 없는 데다 중국측 항공사와 상무(商務)협정이 타결되지 않아 사용하지 못했다. 그 후 매년 1월 다시 배분했으나 올해도 아직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쓸 수 없는 항공노선 얻고 생색〓건교부는 지난해 9월 중국과의 항공협상에서 서울∼칭다오(靑島) 톈진(天津) 선양(瀋陽) 등에 주 7회 운항권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노선은 제재를 받고 있는 대한항공만이 뜰 수 있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또 이 달에 건교부가 배분할 10개국에 걸친 노선 중 멕시코 등 일부 노선은 수익성이 없어 항공사들이 직항을 기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건교부가 98년 4월 대한항공의 상하이(上海) 화물기 추락사고에 대한 제재로 대한항공의 운항권을 박탈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국가적 재산인 노선권을 제재수단으로 할 수 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사고를 낸 항공사의 재발방지는 필요하지만 항공노선을 제재수단으로 사용할 경우 반도체 가전제품 등 국내업체의 대중국 수출화물 수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결과적으로 외국항공사에만 이득을 안겨준다는 지적이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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