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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22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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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을 예고하고 있다. 민간의 내구재 소비가 15.4%나 줄어드는 등 민간소비증가율이 0.9%로 떨어진데다 설비투자도 7.9%나 감소했다. 지난해 21.6%나 늘어나 경제성장률을 8.8%로 끌어올렸던 수출도 올 1·4분기에는 8.4%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게다가 4월 이후 수출은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교역조건도 나빠지고 있으며 유가도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기저점 언제인가〓한은은 내년이 돼봐야 경기저점이 언제인지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한은 관계자는 “GDP가 2·4분기에 잠재성장률(5∼6%) 이상으로 성장한 뒤 그런 추세가 계속돼야 올 1·4분기가 저점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순환변동치상으로도 최근 경기순환이 짧아지는 경향이 뚜렷한데다 하강은 성장보다 절반 가량 짧은 만큼 올 하반기에는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순환변동치상 98년 3·4분기에 저점을 찍고, 2년만인 2000년 3·4분기에 정점을 통과했다. 한은 관계자는 그러나 “현재 우리 경제가 급격한 하강국면에서 안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것만 관측할 수 있을 뿐”이며 “경제가 나빠질 가능성은 적지만 급격히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체감경기, 조금씩 나아져〓실질구매력이나 경제주체들의 체감경기를 반영하는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1·4분기 중 0.6% 늘어나는 데 그쳐 GDP성장률(3.7%)을 밑돌았다. 다만 그 격차는 작년 동기(7.9%)보다 크게 축소(3.1%)됐다. 지표경기와 체감경기 사이의 차가 줄어든 셈.
더구나 체감경기를 더 잘 볼 수 있는 지표인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GDI보다 1% 이상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GDI는 GDP에다 교역조건의 변화에 따른 무역손익을 더해 산출되며, GNI는 GDI에다 실질 국외 순수취요소소득을 더한 지표다. 외환보유액 증가로 막대한 이자를 받고 있는 만큼 GDI보다 GNI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것.
▽관건은 소비와 수출의 회복〓마이너스를 기록한 소비는 △소비자 기대지수(CSI)의 지속적 상승 △주식시장 상승 가능성 △교역조건 개선기미 △고용지표 개선 등을 통해 볼 때 더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실제 소비는 경기 하강이나 상승속도보다 뒤늦게 움직여 급격한 경기변동을 막는 완충제 역할을 해왔으나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거치면서 고용불안의 확대와 주식시장의 폭락 등으로 오히려 경제 회복을 붙잡는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견인차인 수출은 3월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소비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크게 좋아질 가능성 역시 크지 않다는 것이 한은의 분석.
한은 관계자는 “앞으로 경기의 향배는 수출의 회복 시기와 속도에서 좌우될 것”이라면서 “국제 유가의 급반등 같은 악재가 없다면 올 하반기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