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부채210%…美-日보다 40%P 높아

  • 입력 2001년 5월 16일 18시 45분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2000년 기업경영분석’은 아직도 기업들이 내실을 다지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98년부터 추진돼온 기업구조조정이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증거다.

우선 99년과 2000년 2년 동안 경기가 좋았으나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기업이 전체의 26%를 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제조업체의 평균부채비율이 97년 말 396.3%에서 2000년 말에 210.5%로 떨어지는 등 부분적으로 성과가 있었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은 먼 실정.

부채비율이 큰폭으로 떨어졌지만 미국(164.3%)이나 일본(174.0%)보다는 한참 높은 수준이다. 불과 2, 3년 사이에 선진국 기업만큼 재무구조가 개선되기는 어려우나 아직도 더 개선돼야할 여지가 많다는 걸 확인시켜 준다.

게다가 기업들의 구조조정방식에도 문제가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기업들이 빚을 갚아 부채규모를 줄이는 것보다는 증자나 자산재평가 및 차입금의 출자전환이나 채무면제 등의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실제로 지난해 부채비율이 4.1%포인트 떨어진 것 중 출자전환과 채무면제에 의한 것이 4.2%나 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자기자본을 잠식하고 있는 제조업체도 128개. 이들 기업의 차입금은 46조8000억원으로 제조업체 전체차입금의 24.7%나 된다.

유동비율이 83.2%까지 급락한 것도 재무구조가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유동비율은 100%는 돼야 안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이닉스반도체 대우자동차 쌍용양회 등 유동성위기를 겪었던 3대기업을 제외할 경우 유동비율은 92.9%이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미국은 127.0%, 일본은 134.0%이다.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다. 정상 제조업체 중에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내는 기업이 449개로 정상업체의 22.4%나 됐다. 이들 기업의 차입금은 50조6000억원으로 정상기업 차입금의 35.4%나 된다. 정상기업의 매출액경상이익률은 3.6%로 99년(5.3%)보다 1.9%포인트나 낮아졌다.

법정관리나 화의 또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중인 ‘관리기업’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32.4%나 된다. 1000원어치 팔면 324원이나 적자라는 얘기다.

한은 정정호 경제통계국장은 “수익성이 없는 자산을 처분하고 부채규모를 줄임으로써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며 “적자가 계속되고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내는 잠재부실기업은 상시퇴출시스템을 통해 조속히 정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조업 정상기업과 관리기업 경영비교▼

구 분

매출액경상이익률

차입금의존도

금융비용부담률

이자보상비율

992000992000992000992000
정상기업5.33.637.535.96.34.4132.7206.3
관리기업-31.5-32.474.490.518.115.9-23.3-15.3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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