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헐값매각 국부유출 우려"…IMF 보고서

  • 입력 2001년 4월 4일 18시 37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이 ‘헐값’에 자국 기업들을 팔아치웠으며 이를 통해 단기자금난은 일부 해결했지만 경제체질 개선에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보고서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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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서 내용]한국 '불난집 물건팔기'式

IMF는 4일 계간지 ‘금융과 개발(Finance & Development)’에서 ‘동아시아의 다국적 기업 인수합병(M&A) 동향’과 ‘동아시아의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서 기업의 장기적 자산가치를 저평가해 외국인에게 싸게 파는 ‘파이어 세일즈(Fire―Sales)’가 널리 이뤄졌으며 심한 경우 장부가격의 25%에 불과한 값에 기업이 팔렸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부실기업들의 자금난은 일부 해결됐으나 수익성 있는 부(富)가 외국인에게 넘어갈 우려가 있음도 지적됐다. 보고서는 또 한국 정부가 부실기업의 부채처리방식으로 자주 활용하는 출자전환 방식이 재벌구조 개선에는 일정한 효과를 거뒀으나 근본적인 기업 경영 개혁에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외자를 들여와 빚을 갚는 데 의존해 경비절감이나 비핵심 사업영역 매각을 통한 자구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

보고서는 또 동아시아 지역에서 진행된 다국적 M&A가 주로 부동산 금융분야 등 비(非)교역 분야에 치우쳐 수출경쟁력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으며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의 문화적 충돌로 기대한 만큼의 시너지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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