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내우외환…주가 500붕괴 환율 1365원

  • 입력 2001년 4월 4일 18시 32분


한국경제에 ‘빨간 불’이 켜졌다.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겹친 가운데 한때 안정 조짐을 보이던 주식시장과 외환시장 등 금융시장도 종합주가지수 500선이 다시 무너지는 등 빠른 속도로 불안해지고 있다. 우리 경제의 ‘마지막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수출에도 비상이 걸리는 등 경제전반이 휘청거리는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주가와 일본 엔화가치도 동반 하락하는 등 국제 금융시장도 불안하다. 정부는 긴급 증시대책을 내놓았으나 별로 ‘약효’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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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주가 원화가치 채권값이 함께 떨어지는 ‘트리플 약세’를 보였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미국 나스닥지수 폭락 등의 영향으로 전날보다 9.57포인트 떨어진 493.69에 마감돼 98년 12월 5일(490.71) 이후 약 2년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돌아갔다. 종합주가지수 500선이 붕괴된 것은 99년 2월 25일(499.14) 이후 약 2년1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1.90포인트 하락한 64.34로 마감해 ‘심리적 지지선’인 65 아래로 떨어졌다.

환율도 크게 올랐다. 달러당 원화환율은 전날보다 21.5원이나 오른(원화가치 하락) 1365.2원으로 98년 10월 7일(1380.0원) 이후 2년반 만에 가장 높았다. 이날 도쿄(東京)외환시장에서 엔―달러환율이 126엔대로 올라간 것이 원―달러환율을 끌어올린 가장 큰 원인이었다.

실세금리도 상승해 3년 만기 회사채 유통수익률은 전날보다 0.22%포인트 오른 연 8.03%를 기록해 1월 3일(8.11%) 이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8%선으로 올랐다. 3년 만기 국고채 유통수익률은 연 6.70%로 마감해 전날보다 0.24%포인트 올랐다.

한편 4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각국의 주가도 미국 주가 급락의 영향으로 동반 하락했다. 에에앞서 3일 미국 뉴욕증시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정보기술(IT)업종 등 ‘기술주’의 급락과 미중(美中)관계 악화 영향으로 전날보다 109.88포인트(6.17%) 떨어진 1,672.99로 마감돼 98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영국 런던증시의 FTSE100 지수도 3일 전날보다 3%나 떨어진 5,463으로 마감되는 등 유럽 각국의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한편 정부는 4일 김진표(金振杓) 재정경제부차관 주재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긴급 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증시부양을 위해 올해 연기금에서 모두 6조원을 증시에 투입하기로 했다.

또장기 주식 투자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강화해 1년 이상 주식을 보유한 소액주주의 배당소득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기로 했다. 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외환시장의 수급 동향을 지켜본 뒤 지나치게 환율이 뛰면 수급조절 등 시장개입을 하기로 했다.

<권순활·홍찬선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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