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30대 그룹 새로 지정, 현대家 5개로 핵분열

  • 입력 2001년 4월 1일 18시 52분


공정거래위원회가 1일 발표한 올해 30대그룹 지정현황은 재계가 격변기에 처해 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룹해체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는 그동안 놓치지 않았던 재계 1위 자리를 삼성에 넘겨줬다. 민영화된 포항제철은 단숨에 재계 7위 자리에 랭크됐다. 30대그룹은 환란 이후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도 자산은 물론 계열사 수가 부쩍 늘어나 영토확장 싸움은 멈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재계, ‘새 지도’ 그린다〓6개가 30대그룹에 새로 들어왔고 재계 순위가 서로 뒤바뀌는 등 재벌판도가 크게 달라졌다.

87년 대규모 기업집단지정 제도 시행 후 요지부동으로 1위를 지켰던 현대는 지난해 자동차 소그룹이 떨어져 나가 2위로 물러났다. 대신 그 자리를 삼성이 차지했다.

그러나 현대는 16개 계열사를 거느린 현대차그룹(5위)과 정주영 창업자의 3남 몽근(夢根)씨가 맡고 있는 현대백화점(26위)이 이번에 새로 30대그룹에 편입됐다. 현대정유(13위), 현대산업개발(22위)이 여전히 자리잡는 등 현대가(家) 그룹은 30대그룹 중 5개로 핵분열을 한 상태.

현대는 상반기 중 자산총액 7조2000억원인 현대건설이 채권단 출자전환과 함께 계열분리가 이뤄지고 현대전자(자산총액 17조8000억원), 현대중공업(자산총액 9조9000억원)도 그룹에서 떨어져 나가는 등 그룹해체의 길을 걷고 있다.

서열 7위인 포항제철은 지난해 민영화가 끝나 30대그룹에 지정됐고 하나로통신(23위), 동양화학(27위), 태광산업(29위) 등은 유상증자와 자산재평가 등으로 자산총액이 늘어 새식구가 됐다. 대우 S―오일 동아는 지난해 이미 기업집단 요건을 갖추지 못해 빠졌으며 아남 새한 진로도 자산총액이 줄어 30대그룹에서 떨어져 나갔다.

▽재무구조는 천차만별〓지난해 금융 보험사를 제외한 30대그룹 영업실적은 2조1000억원의 흑자를 나타냈다. 99년 13조7000억원의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선 것.

이중 4대그룹은 3조4000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99년도 7조5000억원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5∼30대그룹은 99년 21조2000억원의 적자를 내고 작년에도 1조3000억원 적자였지만 적자규모는 크게 줄었다.

금융회사 등을 포함할 경우 삼성은 매출액 130조3370억원에 8조3270억원의 이익을 올렸다. 또 LG와 SK는 각각 2조370억원, 9690억원의 흑자를 냈다. 반면 현대는 78조287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도 7조1910억원의 적자를 냈다.

30대그룹의 부채비율(금융 보험사 제외)은 218.7%에서 171.2%로 대폭 낮아졌다.

그룹별 부채비율은 삼성 103.5%, 현대 329.3%, LG 166.1%, SK 150.8%로 나타났다. 현대의 경우 99년 말 152.0%에서 갑절로 높아진 것.

▽30대그룹 어떤 규제 받나〓 30대그룹에 들어가면 계열사간 상호출자가 금지된다. 또 그룹 소속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는 계열사 주식을 가져서는 안된다. 순자산의 25%를 넘어 다른 국내 회사의 주식을 소유할 수 없는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적용을 받는다. 또 계열사끼리 신규 빚 보증도 못한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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