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정부 내년 예산편성…선거겹쳐 균형재정 의문

  • 입력 2001년 3월 27일 18시 49분


‘한마디로 답답하다.’(기획예산처 A과장)

예산 당국자들은 “내년도 예산을 짜는 게 겁이 난다”고 말할 정도로 예산 편성이 어렵다고 하소연이다. 돈 쓸 곳은 많은데 경제가 어렵다 보니 그 돈을 확보할 곳이 마땅찮기 때문이다.

36개 중앙 관서는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64.8% 늘어난 86조3000억원을 요구했다. 물론 요구한 대로 배정할 수 없고 ‘대패질’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도 한계가 있는 것. 내년에는 양대 선거까지 겹쳐 있어 “균형 재정을 꾸리기 힘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꼭 써야 할 돈만 10조원 넘어〓내년에 늘어나는 게 불가피한 항목만 12조원이나 된다.

내국세의 28%를 지원해야 하는 지방교부금만 5조5000억원이다. 지난해 40조원 공적자금을 추가 조성한데 따른 이자비용이 1조5000억원, 올해 발행하는 국채(2조4000억원)에 대한 이자도 2400억원이다. 의약분업으로 지역의보를 지원하는 돈이 내년도에 5000억∼6000억원 들어간다. 전체 예산의 5%로 정한 연구개발비도 9000억∼1조원이 잡혀 있다. 2004년까지 공무원 급여를 중견기업 수준으로 맞춰 주는데 1조5000억원, 중학교 무상교육 3000억원, 기초생활보장에 10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게다가 올해에만 4조∼5조원 적자가 나는 건강보험에도 어느 정도 나랏돈으로 메워 줘야 할 판이다.

▽정부, 대책은 있나〓정부는 예산 편성 지침에서 “세출 부문을 쥐어짜겠다”고 밝혔다. 민간부문과 겨루는 신규 사업은 예산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했다. 각 부처가 재정 지출을 늘리거나 세금을 깎아 주는 정책을 쓸 경우 수입을 확보하는 별도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

내년에는 적자보전용 국채 발행 규모도 줄인다. 국제교류기금과 도로교통안전관리기금 등 7개 기금을 없애고 유사 중복 기금 6개를 3개로 합치기로 했다.

▽선거까지 겹쳐 재정적자 못 벗어날 듯〓정부의 이런 지침이 제대로 지켜질지는 별개 문제다. 각 부처가 내년도 신규 사업과 계속 사업을 위해 제출한 계획서를 보면 의욕이 지나친 편이다. 최대의 세원(稅源)인 기업부문이 경기 악화로 움츠러들었는데 정부는 과욕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선거를 의식해서 선심성 예산을 편성할 경우 걷는 세금보다 쓰는 예산이 더 많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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