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시장 "활짝" 성사는 "별로"

  • 입력 2001년 3월 1일 18시 36분


서울 강남에서 M&A(인수합병) 부티끄를 운영하는 이모사장. 작년말부터 벤처기업 대표들의 방문이 잦아졌다. 코스닥폭락으로 증자도 안되고 경쟁도 너무 치열해져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우니 갖고 있는 지분을 통째로 팔고 싶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일주일에 평균 2∼3명은 찾아온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현금은 풍부하지만 자체능력으로는 코스닥에 등록하기 어려운 결점을 지니고 있는 비상장기업 대표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회사가 부실화돼 퇴출위기에 몰린 코스닥등록기업을 인수해 비상장기업과 합병하거나 지주회사로 변신시키겠다는 것. 이른바 뒷문상장(백도어 리스팅;backdoor listing)과 A&D(인수개발)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다.

▽올해 증시의 최대테마 M&A〓정부가 시장논리에 의한 기업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적대적 M&A 관련 규정을 대폭 완화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또한 증시가 뚜렷한 주도주와 매수세력을 갖지 못한 상황에서 M&A의 일종인 A&D 관련주가 가장 확실한 틈새테마주로 부상하고 있다. A&D(인수개발) 관련주는 소문과 함께 상한가대열에 합류할 정도여서 이제는 하나의 패션으로 자리잡았다.

올들어서만 유니켐―건잠머리 사람과기술―노머니커뮤니케이션 유니씨앤티―코리아인터넷네트웍스 써니상사―와이앤케이 케이알―타운뉴스 등 코스닥등록기업과 제3시장기업 또는 장외기업이 합병을 통한 A&D와 뒷문상장을 시도하고 있다.

창투사의 한 임원은 “요즘에는 자금력이 조금 있다고 소문나면 수많은 브로커들이 A&D나 뒷문상장을 해보자고 제의해온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매물〓작년 하반기부터 경기침체와 코스닥폭락으로 생존에 어려움을 느낀 벤처기업들을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요즘에는 증시침체로 투자자금 회수가 막혀버린 벤처창업투자사나 투자자문회사도 매물로 나오고 있다. 이름값만 받고 팔겠다는 식이다. M&A 부티끄 이 사장은 “마치 겨울옷을 봄에 세일판매하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급매물은 10건에 1∼2건도 제대로 팔리지 않는다. 기업내용이 좋지 않아 인수자 입장에서 메리트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기술력과 마케팅능력이 있는 우량회사는 절대로 급매물로 나오는 일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

인수자가 나타나도 가격협상에서 깨지는 일이 허다하다. M&A를 위한 기업가치평가에서 어떤 방법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머니게임 성격이 강하다〓M&A의 기본목적은 회사가치를 높이는 것. 그러나 현재 이뤄지고 있는 A&D나 뒷문상장, 인터넷 지주회사 설립 등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회사를 키우기는보다는 단순히 주가를 올리겠다는 성격이 더 강하다.

외국계 투자은행의 한 임원은 “장외시장에서의 M&A는 진정한 M&A라고 볼 수 없다. 모두가 주가 띄우기에만 관심이 있지 시너지효과를 노린 인수합병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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