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1분기 갈림길' "V자냐 L자냐"

  • 입력 2001년 2월 11일 18시 44분


올 1∼3월이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기로 가느냐, 아니면 완만한 둔화세를 보이며 경기 저점 탈출을 노리느냐를 결정짓는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11일 한국은행과 민간 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의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올 1·4분기(1∼3월)의 성장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4·4분기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 중반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 분기인 3·4분기에 비해서는 국내총생산이 1조원 가량 줄어들었다. 한마디로 국내에서 생산한 규모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외환 위기를 겪었던 98년 1·4분기 이후 거의 3년만에 일어난 현상이다.

한은 이성태(李成泰)부총재보는 “지난해 4·4분기의 마이너스 성장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봐야 한다”며 “그러나 올 1∼3월 또 다시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경우 경제 규모 자체가 줄어드는 경기 침체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올 1·4분기중 전년 동기 대비 3%대의 성장이 예상되며 이럴 경우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또 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3% 밑으로 떨어질 경우 국내총생산은 또 다시 전분기에 비해 줄어들면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리만브러더스가 우리나라의 1·4분기 경제성장률을 ‘0%’로 발표하는 등 국제 금융기관들은 우리나라가 전분기 대비 플러스 성장을 하기에는 빠듯하다는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한은 최창호(崔昶鎬)정책기획국장은 “1·4분기 경제성장률은 상당 부분 수출에 의해 좌지우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의 콜금리 인하와 정부의 각종 경기 부양 조치도 1·4분기 경제성장률을 의식한 조치”라고 말했다. 1·4분기중 플러스 성장을 보이면 경기 저점을 상반기 중 통과하겠지만 만약 2분기 연속해서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경우 경기는 하반기가 지나서야 바닥을 칠 것이라는 게 한은의 자체 분석이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李根邰)책임연구원은 “민간경제연구소도 1·4분기를 우리나라가 경기저점에서 서둘러 벗어나는 V자형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경기 침체기가 지속되는 L자형으로 갈 것이냐를 결정짓게 되는 중요한 시기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지난달 말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구조조정이 지연될 경우 경기 회복기는 하반기를 지나갈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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