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합병 급물살 파업 배수진

  • 입력 2000년 12월 15일 18시 29분


우량은행간 합병 논의가 노조반발에 부닥쳐 앞날을 점치기 힘들다. 향후 합병 성패의 열쇠는 노조의 반발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있는 상황이다.

과연 은행들은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합병에 성공할 수 있을까. 만약 성공할 수 있다하더라도 그것은 바람직한 것인가.

▽노조의 반발〓15일 신한은행과 경영자문계약을 체결한 제주은행의 노조는 18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간다. 국민 주택은행의 노조 집행부도 합병 논의가 다시 가시화되자 서울 중구 전국금융노조 사무실에서 회의를 열고 합병시 곧 연대파업에 돌입하기로 합의했다. 금융노조도 28일로 예정됐던 총파업 일정을 앞당길 수 있다며 지원에 나섰다.

은행 노조가 강력 대응 입장을 보이자 금융권 안팎에선 구조조정의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또 조직원이 반대하는 합병이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많다.

▽합병은 주주가 결정한다〓삼성금융연구소 정기영소장은 “원칙적으로 합병은 주주가 기업가치 변화를 고려해 결정할 문제”라며 “노조반대가 합병의 걸림돌이 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찬반논란이 엇갈리고 있는 국민―주택 합병과 관련, 외국계 증권회사의 한 애널리스트도 “정부도 주요 주주인 만큼 주주로서 의견을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은행 노조는 정부가 대주주를 설득한 뒤 대주주 찬성을 합병 추진의 근거로 이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의 노조가 합병을 반대하는 것은 일종의 모럴해저드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들도 은행부실에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합병을 강행하는 이유〓외국계 금융컨설팅사인 딜로이트의 박성환이사는 “국내 금융기관의 경우 노동법상 강력한 구조조정이 어렵다”며 “인력감축의 방법은 합병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우량은행간 합병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 따라서 합병 후 인위적 인력감축이 없다는 정부의 약속은 합병의 효과를 얻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 인력감축없는 우량은행간 합병은 자칫 부작용만 낳는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합병은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는 인력감축 점포수 축소 등이 관건”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하지 않은 은행통폐합은 은행의 비효율만 증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경제학부 정운찬교수도 “인력감축 없는 국민 주택은행의 합병효과는 조직문화를 극복하지 못해 생기는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비용에도 못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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