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전자 勞使…"내탓이오"

  • 입력 2000년 11월 26일 18시 34분


“근로자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회사의 경영전략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것을 인정한다.”(이승창 이사)

“경영진의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다.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 급선무다. 인원감축이 있더라도 비주력 부문을 매각하는 것이 노사가 함께 살 길이라는 것을 노조원의 90% 이상이 잘 알고 있다.”(김수도 노조위원장)

노사가 서로 ‘네탓’이 아닌 ‘내탓’을 하는 대우전자의 상황이 최근 일련의 노사분규와 관련, 주목받고 있다.

대우전자는 지난해 워크아웃 이후 9200명이던 임직원이 현재 5800명으로 대폭 줄었다. 그러나 인원감축 과정에서 큰 마찰이 없었다. 단순히 회사가 어려웠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대우전자의 무분규는 올해로 13년째. 87년 6·29선언 이후 민주화 요구가 폭발하고 각 분야에서 노사갈등이 첨예화될 때 대우전자도 한때는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그러나 89년 이후 회사측은 경영 정보를 노조와 공유하면서 이해를 구했고 서로의 깊은 골을 조금씩 메워나갔다. 회사측 김용현 노사협력팀장은 “수년전부터는 매월 노조간부들에게 경영 설명회를 갖고 임원회의에도 노조간부가 언제든지 참여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강력한 투쟁을 내건 노조 간부 후보들이 일부 있었지만 조합원들은 이에 호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우전자는 노사갈등이 없었지만 5조원 이상의 부채를 지고 지난해 8월 26일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회사측은 모든 잘못을 경영진에 돌렸다.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면 “노조가 협조하지 않아서 이렇게 됐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회사들과는 다른 자세다.

모 임원은 “대우자동차가 동유럽 등에 진출하면 대우전자까지 시장성을 따져보지 않고 덩달아 진출하도록 하는 김우중 전 회장 등 고위층의 잘못된 경영전략을 그룹내에서 누구도 막지 못한 것이 큰 잘못”이라고 토로했다. 노조는 17일 “노사협력을 통해 워크아웃에서 조기졸업하자”며 회사측과 ‘신노사 결의문’을 채택해 오히려 회사측을 격려했다.

올해 대우전자는 채권단측과 약속한 기업개선약정(MOU)상의 영업이익 목표치인 153억원을 이미 달성했다. 그러나 신규투자 부족과 대우그룹 사태 등에 따른 타격으로 통상적인 영업활동만으로는 부채 상환 등이 버겁다.

대우전자는 앞으로 구형 비메모리 반도체 등 10여개 소형 사업부분을 매각해 디지털 TV 등 영상과 백색 가전부문에 투자해 회사 가치를 높인 후 매각해 회생의 길을 밟을 계획이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