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양승태판사]"실적좋은 회사 포함 이해안가"

  • 입력 2000년 11월 3일 23시 58분


서울지법 파산부 양승태(梁承泰·사진)부장판사는 3일 금융기관의 퇴출 및 법정관리 대상기업 발표 직후 “영업실적이 좋은 회사까지 퇴출기업에 포함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정부와 채권단측의 일방적인 발표에 불만을 내비쳤다.

―채권단의 발표가 나자마자 즉각 반박하는 내용을 발표한 이유는….

“영업실적이 좋은 법정관리 기업까지 퇴출명단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성건설의 경우 건설경기 불황과 함께 수주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다른 기업에 비해 수주 달성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고 1인당 매출액도 다른 회사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이처럼 현재로선 퇴출계획이 전혀 없는 기업을 퇴출시키겠다고 발표하면 ‘잘 나가는’ 회사를 망하게 하는 것 아닌가. 납득하기 어렵다.”

―법정관리 기업들의 보고가 부실할 수도 있지 않은가.

“아니다. 일성건설의 경우 최근에 감사도 새로 파견하고 법정관리인도 바꿨다. 모든 견제장치가 마련돼 있다.”

―채권단의 발표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인가.

“퇴출기업 발표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 법정관리 대상이라는 것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는 것인지 법정관리를 실제로 받도록 하겠다는 것인지조차 모르겠다.”

―사전 협의는 없었나.

“전혀 없었다. 명단에 포함된 기업들도 언론 보도내용을 보고서야 알았다.”

―파산부의 권한을 무시한 금융기관들의 월권행위라고 보는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법정관리 기업의 퇴출여부는 기본적으로 법원이 결정한다. 퇴출결정에 대해 채권단이 실제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신규여신을 중단할 수는 있지만 이 경우 법정관리 기업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날 금융기관의 발표가 업계에 미칠 영향은….

“문제는 거명된 기업들이 마치 당장 퇴출되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것처럼 시중에 알려진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예기치 않은 타격을 받게 될 경우 직원들이 동요하고 회사 영업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법정관리가 부실기업의 피난처라는 비판도 있는데 너무 옹호해 주는 것 아닌가.

“기업이나 사주에게 특혜를 주자는 것이 아니다. 부실기업을 보호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냥 놔두면 망할 기업에 기회를 줘서 ‘파이’를 키우자는 것이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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