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안이한 판단 뒤늦은 자구책, 악순환 못끊고 위기 더키워"

  • 입력 2000년 11월 1일 18시 33분


현대건설이 부도 직전까지 몰리자 그룹 안팎에서 현대건설 경영진의 위기관리 능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비판의 초점은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 김윤규(金潤圭) 현대건설사장, 김재수(金在洙) 현대건설부사장 겸 구조본부장.

우선 경영진의 안이한 상황인식에 대한 지적이 많다. 그룹의 한 임원은 “CEO는 회사에서 가장 먼저 위기를 감지해 위기가 현실로 닥치기 전에 타개책을 내놔야 한다”면서 “현대건설의 경영진은 상황인식 능력이 사원보다도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채권단 관계자들은 “경영진이 채권단에 회사사정을 밝히고 설득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채권단에서 ‘현대건설 경영진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지적했다. 경제문제를 정치적인 해법으로만 풀려는 경영진의 시대착오적인 행태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상황인식이 안이하다 보니 자구안도 늑장을 부린다는 지적이다.

현대건설의 한 중간관리자는 “과감한 자구안을 내놓고 신속하게 이를 실천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하는데 버티기로 일관하다 뒤늦게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가 보유한 주식이나 부동산을 진작에 팔았으면 훨씬 많은 현금을 확보할 수 있었는데 최악의 상황에서 내놓다 보니 제값도 못 받고 결국 더 많은 자산을 팔아야 하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지적.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현대건설이 모처럼 큰마음을 먹고 단행한 이사급 이상 임원의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찼다. 진작에 구조조정을 단행해 시장의 신뢰를 얻었어야 하는데 조치가 너무 늦어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는 것.

1일 현대건설의 노조 홈페이지에는 국내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 한 대리가 간곡한 필체로 경영진의 결단을 요구하는 글을 띄웠다가 ‘근무태만’이라는 이유로 본사 복귀조치 명령이 내려졌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