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건설 법정관리]'퇴출인가' '특혜인가' 논란

  • 입력 2000년 10월 31일 18시 59분


2차 기업구조조정에 나선 정부와 채권단이 ‘퇴출’의 범위에 법정관리까지를 포함시켜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가망 없는 기업은 과감하게 없애자는 것이 구조조정인데 법정관리로 목숨을 연명하게 해서는 시장의 불안심리가 가시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

특히 채권은행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단을 결의해 놓고 법정관리에 동의한다면 책임을 면하기 위한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로 볼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법정관리도 퇴출〓지난달 20일 은행들은 ‘신용위험 평가협의회 협약’을 맺으면서 부실징후 기업을 △정상 △일시적 유동성위기 △구조적 유동성위기 △퇴출(법정관리 화의) 등 4단계로 분류하기로 했다.

일시적으로 유동성위기를 겪는 기업에는 신규자금을 지원하고 구조적 위기를 겪고 있지만 회생 가능성이 있다면 출자전환 등으로 살린다는 것. 이 결정에 따르면 법정관리는 곧 퇴출을 뜻한다.

▽법정관리는 ‘특혜’〓그러나 법정관리 제도의 내용을 곰곰 살펴보면 퇴출이라고 보기 힘들다. 법정관리는 회사정리법에 따라 법원이 주체가 돼 부실기업을 살리는 절차. 이 기간에는 회사의 채무가 동결돼 채권자들이 채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법정관리를 통해 회생하는 경우에도 한번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보통 10년씩은 걸린다. 기업에 돈을 빌려준 채권자의 일방적인 희생 위에 부실기업이 특혜를 누리는 제도인 것이다.

그렇다 보니 워크아웃 탈락기업들도 잇따라 법정관리 신청해 일단 퇴출을 피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8월에는 우방이, 9월에는 미주실업이, 이번에는 동아건설이 그랬다. 이 중 미주실업은 법원에서 법정관리신청을 기각해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김병연(金炳淵)박사는 “가망 없는 기업은 조속히 정리해야 남은 기업들의 숨통이 트인다”면서 “벌여 놓은 사업이 많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큰 기업일 경우에도 진행중인 사업만 살리고 나머지는 정리하는 등 다양한 회사정리계획안을 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향영21리스크컨설팅 이정조(李定祚)사장은 “채권은행들이 자율협약에 의해 진행되는 워크아웃은 안된다고 하면서 법정관리에 동의한다면 책임을 면하기 위한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금융가의 시각〓워크아웃업체의 법정관리 신청에 대해 반드시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특수관리부 한장수과장은 “워크아웃을 진행시킬 경우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채권단간 의견조율이 힘들지만 법정관리로 넘기면 법에 따라 명쾌하게 처리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청산을 전제로 한 법정관리라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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