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장이 출국했다는 13일은 금감원이 동방금고 비리를 금고 노조로부터 제보받고 “제보내용 확인을 위해 필요하니 금감원에 출석해 달라”고 요청한 날이어서 유사장이 금감원의 검사계획을 미리 안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동방금고 관계자는 26일 “검사가 진행중이던 17, 18일경 경찰청 관계자가 동방금고를 찾아 ‘유조웅사장이 검사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13일 미국으로 출국했다’며 귀국했는지 여부를 물어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유사장은 13일 직원들에게 ‘며칠 지방에 여행이나 다녀오겠다’며 사무실을 나섰다가 월요일인 16일 새벽 조용히 귀국해 정상출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감독시작 및 검찰 고발 시점을 코앞에 두고 미국으로 출국한 유사장이 금고내에서 한 역할은 무엇일까.
신한은행 지점장 출신인 유사장은 정현준(鄭炫埈) 이경자(李京子)씨가 금고를 인수한 뒤부터 이씨의 오른팔 역할을 해왔다. 금고직원들은 “유사장은 지난해 7월 구조조정 차원에서 사표를 제출한 상태지만 이씨가 금고를 ‘장악’한 뒤 전격적으로 사장으로 발탁됐다”고 말했다. 이후 이씨는 유사장만을 유일한 보고 채널로 삼은 채 업무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금고검사 담당자도 ‘이경자―유조웅 비밀 채널’을 확인했다. 이 담당자는 25일 밤 “동방금고가 김모, 이모씨 등 9명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정현준씨에게 269억원을 불법 대출했는데 대출 실무자 가운데 누구도 이들 9명을 기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유사장이 실무자를 배제한 채 이씨와 독대하면서 일을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동방금고 직원들은 “유사장이 지방 N고 동문인 검찰 고위인사 및 정관계 인사를 자주 거론했다”면서 “취임하자마자 판공비 집행액수가 2배 이상(전임자 연 8000만원에서 1억 8000만원으로)으로 늘어나 노조가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