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기대半 우려半…생산-소비행태 근본변화 예고

  • 입력 2000년 10월 23일 18시 46분


주5일 근무제는 우리 경제환경에 큰 변화를 몰고 올 ‘태풍’이다.

선진국형 ‘소(少)근로 다(多)여가’ 체제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우리의 산업구조 변화와 맞물려 생산 소비행태를 근본적으로 바꿔놓게 되는 것이다.

일단 여가의 증대는 생산의 감소와 소비의 확대로 연결된다. 이는 부분적으로 양적 급성장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우리 경제에 어느 정도 ‘해독제’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리 경제는 사실 고도성장을 거치면서 서서히 ‘과잉생산’의 부작용을 우려하던 상황. 이젠 공급(생산)이 아니라 수요 창출이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주 5일 근무제는 따라서 절대적인 생산 투입량을 줄임으로써 과잉생산체제를 완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반대로 근로자들에게 일주일에 이틀간의 휴일을 기본적으로 보장함으로써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로서의 경제활동 참여폭을 넓히게 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문화 레저 등 관련산업의 성장을 가져와 새로운 산업의 형성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분명 이 점은 우리 경제에 활력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순기능’은 노동시간 단축이 그 이상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전제에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노동계에서 자주 인용하는 일본 노동성의 ‘노동시간 백서(91년)’를 보면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시간의 효율성을 높이고 노동자의 의욕 향상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백서는 노동시간과 출근 일수를 1% 줄이면 생산성은 3.77% 향상된다고 밝히고 있다.

국내에서는 96년 1·4분기 노동생산성이 1년전에 비해 10.9% 오른 원인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생산성을 웃도는 임금상승률을 들어 반론도 제기된다. 89∼91년 법정근로시간이 48시간에서 44시간으로 단축됐을 때 전 산업 평균 임금상승률은 19.1%로 같은 기간중 생산성 증가율 13.1%에 비해 6.0%포인트나 높았다.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상승비율, 즉 ‘경쟁력 상실분’이 45.8%에 달한 것이다.

우리 산업구조의 특성이 5일근무제를 수용할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여가의 증대는 첨단 고부가치형 제품의 생산을 위한 창의성 발휘의 필요조건.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아직 전통제조업의 생산 비중이 높은, 투입량의 증대에 따른 생산 체제”라는 점을 들어 시기상조론을 든다.

고용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그러나 주 5일 근무제가 노동계의 주장대로 실업률을 낮출 것인지, 반대로 높일 것인지는 논란이 분분하다. 외국에서도 이 문제는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일자리를 나눈다는 의미의 ‘워크 세어링’을 통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되고 있는 노동시간 단축이 가져오는 고용창출효과는 미미하거나 고용을 유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도 주당근로시간이 41.4시간이었던 80년엔 실업률이 6.3%였으나 85년 근로시간이 39.1시간으로 단축된 뒤에는 10.2%로 높아졌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