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전자,같은 반도체 아니다?…외국인 삼성은 사고,현대는

  • 입력 2000년 10월 19일 19시 16분


반도체 D램가격의 추락이후 외국인들의 집중적인 매도타킷이 됐던 삼성전자와 현대전자가 18일 뚜렷이 차별화되고 있다. 시장에선 “두 회사가 반도체라는 한 배를 탔다는 이유로 동반하락세를 면치 못했지만,기업가치에 차이가 있는 만큼 이제부턴 서로 다른 길을 가는게 아니냐”는 반응이다.

▽차별화 시작됐나〓외국인들은 이날 삼성전자를 40여만주 순매수한 반면 현대전자 주식을 무려 500만주 가량 순수하게 팔아치웠다. 삼성전자는 장중 한때 15만원대를 넘어서는 강세를 보였다. 현대전자는 8% 이상 폭락한 8340원. 지난 5일 이후 11일동안 하루를 제외하곤 줄곧 약세를 면치못하면서 주가는 거의 반토막이 났다.

삼성전자의 상승세 반전은 그동안의 폭락에 다른 기술적 반등의 측면이 크다. 23일로 예정된 3·4분기(7∼9월)실적 발표에 대비한 선취매성 ‘입질’로도 볼 수 있다. 해외 기술주펀드의 반도체비중 축소작업이 거의 마무리됐다는 분석도 있다. 또 20일부터 시작되는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외국인들의 매수를 유인했을 가능성이 크다.

대우증권 전병서부장은 “개당 4달러 초반대의 반도체(64메가D램)가격으로 수지를 맞출 수 있는 회사가 과연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때 외국인들의 삼성전자 편애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생산원가가 3달러 초반대인 삼성전자는 여전히 이익을 내는 반면 원가가 4달러 후반대로 알려진 현대전자는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재무적인 리스크도 현대전자 매도의 주요한 원인이다. 현대전자는 상반기에 이어 3·4분기도 ‘비경상적 손실’이라는 이름으로 2000억원을 상각했다. 연말까지 돌아오는 8000억∼1조원 가량의 사채상환부담도 녹녹치 않다. 현대건설과 현대투자신탁 등 계열사의 유동성 위기에서도 결코 자유롭지 않다. 미국 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사가 반도체 D램가격을 원가수준으로 떨어뜨려 ‘현대전자 죽이기’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음로론도 횡행하고 있다.

▽일시적 반등에 그칠까〓전부장은 “삼성전자의 경우 저가메리트가 부각되면서 바닥권에서 20%의 반등은 가능해 보인다”며 그 이상의 반등은 새로운 상승계기(호재)가 마련되지 않는한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증권가 일각에선 반도체 가격하락을 제외할 경우 추가 상승을 저지할 요인으로 삼성자동차 부채문제를 유력하게 지적한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이 상장된다는 조건하에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를 내놓았으나 생보사 상장시 자본이득에 대한 계약자몫 배분 방안이 확정되지 않아 내년으로 연기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따라서 채권단이 받아야 할 삼성차 부채 2조4500억원(삼성생명 350만주)은 결국 삼성전자가 상당부분을 부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가 약 8000억원을 부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삼성그룹이 지배구조를 개선해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끊지 않는한 이러한 의구심은 가시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강운·김두영기자>kwoon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