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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0월 5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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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살생부(殺生簿) 기준 발표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다.
98년 이후 두 번째로 살생부의 기준이 발표된 5일 주식시장은 장중 한때 17포인트 급등하는 상승세를 탔다.
자금시장도 콜금리 인상이라는 부담이 겹쳤음에도 불구, 시중금리는 오히려 하락하는 등 안정세를 보였다.
퇴출기업 선정작업이 금융시장 불안을 가속화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그쳤다.
▽우량주 약진, 저가주 침체〓이날 주가가 상승세를 지속한 것은 미국 나스닥증시의 반등영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투자자들이 부실기업 퇴출기준의 발표를 ‘기업 금융구조조정 가속화’의 신호로 받아들였던 탓이 크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은 기존의 개별종목 장세를 탈피하고 모처럼 우량주 위주로 상승하면서 시장의 질적수준이 좋아졌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특히 주택은행을 중심으로 한 은행주의 폭등은 투자자들이 부실기업 퇴출을 ‘은행 부실요인을 제거하는 계기’로 판단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 설령 단기적으로는 부실기업 퇴출로 은행 부실자산이 늘어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수익성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래에셋 이병익주식운용본부장은 “그동안 시세를 분출하던 관리종목군이 약세를 보이고 우량주가 시세의 전면에 나서면서 종목별 접근방식에도 변화가 있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회사재무구조가 열악하거나 자금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는(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부실기업은 주가약세가 이어져 ‘퇴출의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시장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앞으로의 추진력이 관건〓퇴출기준 발표에 시장은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이것이 추가상승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결국 ‘퇴출기준대로 부실기업을 신속하게 솎아내는가’에 달려있다. 템플턴투신운용 강신우상무는 “장 막판 주가상승폭이 둔화된 것도 향후 구조조정 추진과정을 신중하게 지켜보겠다는 의사표현으로 볼 수 있다”며 “투자자들은 구조조정이 ‘구호에만 그쳤던’ 전례를 기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사장도 상승폭은 정부의 구조조정 속도에 전적으로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자금시장도 쾌청〓부실기업의 퇴출이 임박했는데도 이날 채권시장에선 시중금리가 오히려 하락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부실기업이 퇴출되면 금융권은 추가 부실부담으로 채권매수 여력이 떨어져 시장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정반대의 양상.
LG투자증권 성철현 채권트레이딩팀장은 “부실기업 퇴출문제가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공채와 우량회사채로 ‘사자’세가 몰리면서 금리가 오히려 하락했다”며 “채권시장의 동요는 이날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성팀장은 “실제로 퇴출기업이 가시화할 경우 채권시장은 일시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우량물 중심으로 거래가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