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서기관 엑소더스'…'몸통'빠진 기형조직 우려

  • 입력 2000년 9월 14일 18시 34분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자네는 또 어디로 가나?”

“…△△기업 이사로 갑니다.”

“….”

요즘 재정경제부 고위관리들은 민간기업으로 빠져나가는 고참 서기관들의 이직인사를 받는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

엘리트관료들의 ‘과천 엑소더스’가 줄을 잇고 있다. 잘나가는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받아보는 업계의 유혹으로 과천 관가는 술렁거린다.

▽민간에서의 끝없는 손짓〓재경부 한 사무관은 “솔직히 떠나는 동료들을 보면 나도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차례 한다”며 털어놓는다. 민간기업은 ‘고연봉과 높은 직위’로 공무원을 스카우트해간다. 평생 공무원해봐야 어디까지 올라갈지 모르는 마당에 기업으로 가면 당장 임원자리를 거머쥘 수 있다. 서기관이 받는 연봉은 기껏해야 3000만∼4000만원. 예전에는 고위관료를 로비스트로 활용하려는 기업들이 모셔갔지만 지금은 실무에 밝은 ‘잘나가는’ 중간허리 공무원들이 스카우트대상 1호로 꼽힌다.

▽몸통은 홀쭉한데 머리는 커진 ‘기형아’ 조직〓하루가 멀다 하고 사표를 내고 나가는 ‘선수’들을 바라보는 재경부 고위관료들도 고민이 많다. 공무원 생활을 한지 10∼15년된 ‘프로’들을 민간이 빼내가는 바람에 정부조직이 입는 손실은 막대하다. 머리는 많은데 정작 일을 할 ‘몸통’과 ‘손발’이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 재경부 모과장은 “복수직급제를 도입한후 갈수록 인사적체가 심해졌다”며 “윗사람은 안나가고 정작 실무자들이 손을 털고 나가 조직운영에 애로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정부의 고민〓정부는 실무인력들의 공직이탈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재경부 한과장은 “능력에 따라 차별적인 대우를 받도록 제도개선이 되지 않는 한 고급인력들의 과천이탈을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40줄을 바라보는 서기관들을 잡을 묘안은 없을까.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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