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책정]SOC 투자축소 '산업뼈대' 부실 우려

  • 입력 2000년 9월 4일 23시 13분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책정하면서 도로 건설 항만등 사회간접자본(SOC)에 거의 투자하지않기로 함에 따라 미래의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4일 2001년도 예산 편성(안)에서 내년에 시행되는 SOC투자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예산안에 따르면 2004년 완공을 목표로 내년에 착공되는 호남선 전철화 사업에 655억원을 신규 투자할 뿐이다. 내년에 완공되는 서해안고속도로에도 올해 보다 4000여억원이 적은 5280억원을 배정했고 역시 내년 완공 예정인 대전-진주간 고속도로에는 올해(4220억원)보다 400여억원이 준 3872억원을 책정했다.

내년 완공 예정인 양양 공항과 2002년 완공 예정인 무안공항에도 각각 올해보다 절반 정도 규모인 475억원과 561억원을 각각 배정한느데 그쳤다. 호남선 전철화작업을 빼면 신규투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SOC 투자 축소는 외환위기 이후 경기 부양과 실업 대책의 일환으로 이 분야에 대한 투자가 과도했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또 경제 전체의 패러다임이 정보기술(IT)위주로 재편됨에 따라서 예산도 정보 인프라구축, 지식정보격차 해소 등에 집중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 부채를 줄인다거나 정보통신 분야 투자 확대를 위해서 SOC 신규 투자를 줄이는 것은 경기 부양에도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올 뿐 아니라 최소한 몇 년간의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SOC 분야를 소홀히할 경우 경제 전반에 장애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SOC 투자를 대폭 줄이면서도 최근 남북한 간에 논의가 되고 있는 경의선 철도 재건 등에 대해서는 전혀 예산 배정을 하지 않는 등 문제를 소홀히 취급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일례로 전두환 대통령 재임시절 긴축 재정을 위해서 SOC 투자를 거의 하지 않아 경제 물동량 비용을 증대시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던 점은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사례.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다른 부문의 사업을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최소한 경제 규모가 커지는 만큼 SOC 투자를 늘려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오늘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내일도 생각해야한다는 지적이 높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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