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製 뛰어넘기 “끈기가 비결”

  • 입력 2000년 9월 4일 18시 55분


“일본 제품을 따라잡으려면 끈기가 필요하다.”

최근 시장에서 일본을 능가하는 제품을 개발하거나 일본과 수출 계약을 맺은 삼도프레스 ㈜모닉스 태창밴드공업 등 제조업체 3사는 한결같이 인내를 강조했다.

출발 단계에서는 기술력이 한참 뒤지지만 인내심을 갖고 기술개발과 시장개척에 힘쓰면 초기의 열세를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것.

▽꾸준한 기술개발〓초고속정밀프레스기를 생산하는 삼도프레스는 5년간 기술개발에 매달려 ‘산업용 공작기계는 일제나 독일제가 우수하다’는 뿌리깊은 편견을 극복한 기업.

이 회사는 일제 정밀프레스기가 국내 시장을 거의 석권했던 95년 수입대체품을 개발한다는 일념으로 기술 개발에 들어가 지난해부터 매출이 급신장했다.

올해 이 회사가 개발한 초고속정밀프레스기는 고속의 프레스 작업을 하면서도 진동이 거의 없어 작업의 생산성과 제품의 품질을 동시에 높여주는 기계라는 시장의 평가를 받고 있다.

기술 개발의 주인공은 이도경 사장. 이사장은 17년간 프레스기와 애환을 같이한 기술자 출신. 이사장은 95년 회사를 설립하자마자 프레스기 국산화를 위한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당시만해도 정밀프레스기는 국내 공작기계 회사는 거의 모두 ‘야마다도비’ ‘아이다’ 등 일본 제품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 회사에 기회가 찾아온 것은 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 자금난을 겪고 있던 국내 기업들은 환율상승으로 가격이 올라간 외국산 기계의 도입을 주저했다.

이때 삼도프레스는 그동안 개발한 국산품을 외제의 절반 가격으로 시장에 내놓았다.

성능은 일제에 뒤지지 않고 가격은 저렴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국산 초고속정밀프레스기의 수요가 급증했다.

이 회사 제품을 사용 중인 코아텍의 인호진 사장은 “저가로 설비를 도입한 후 지금까지 고장 한 번 나지 않았다”며 사용소감을 밝혔다.

삼도프레스의 매출액은 98년 10억 원에서 99년 32억 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이사장은 “올해들어 말레이시아 등 외국 기업의 수입 문의가 증가하고 있으며 조만간 일본으로 역수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기술 보유가 관건〓모터기 제조업체인 모닉스는 가정용 마사지기를 개발한지 두 달만에 일본 시장에 600만 달러 어치를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세계적인 산업용 모터제조기술로 우수벤처기업으로 인정받은 이 회사는 그 동안 개발된 핵심 기술로 인터넷응용 모터와 가전제품 모터 등을 잇따라 생산하며 일본 시장 공략을 시도해왔다.

이 회사가 만든 마사지기인 ‘비너스킨’은 마사지 패드의 온도를 영상 50도부터 영하 10도까지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며 세계 12개국에 특허출원을 끝냈다.

비너스킨은 뜨거운 수건이나 얼음을 번거롭게 이용하지 않더라도 찜질을 할 수 있어 피부미용뿐만 아니라 치료보조기구나 건강관리기구로 사용될 수 있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일본시장에는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이 회사 정영춘 사장은 “세계 시장에서 모터제조 기술을 인정받고 난 뒤부터 모닉스가 제조한 응용 제품에 대한 신뢰도와 수요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모닉스는 월드컵이 열리는 2002년까지 4000만 달러 어치의 비너스킨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중동 유럽에도 수출상담을 벌이고 있다.

▽품질 신뢰도도 중요〓반도체제조용 가스공급 장치에 사용되는 밸브를 생산하고 있는 태광밴드공업은 일본 NEC사에 10만 달러어치의 부품을 수출하는 계약을 최근 맺었다.

이 회사는 95년 국내 최초로 반도체 가스공급 장치에 사용되는 밸브를 국산화해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등과 대만 일본의 반도체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면서 국제적인 신뢰를 쌓아왔다.

이 회사 윤종규 사장은 “올해 반도체제조 관련 부품의 매출은 지난해보다 4배 많은 1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내년에는 200억원의 매출목표를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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