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관, 시초가제도 악용해 작전 의혹

  • 입력 2000년 8월 30일 18시 48분


일부 기관투자가들이 최근 개선된 코스닥시장 시초가제도를 악용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차익을 실현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제도를 개선한 증권업협회는 이같은 사실을 알고도 대응 수단이 없어 고민중이다.

▽‘하루짜리 작전’ 의혹〓7월 25일부터 바뀐 코스닥시장 시초가제도는 신규종목 거래 첫날 주가가 공모가의 90∼200% 이내에서 정해지도록 했다. 이에 따라 첫날 하루만에 주가가 공모가의 2배까지 오를 수 있다. 이는 평소 6일 연속 상한가를 치는 것과 같은 것.

일부 기관투자가들은 몇몇 신규종목 물량을 미리 확보한 뒤 거래 첫날부터 매수주문을 집중해 주가를 2배까지 띄우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신규종목들의 첫날 매수잔량은 실거래량의 최고 127배에 이르러 이들의 ‘주가 부양의지’를 감지할 수 있다.(표 참조)

기관들은 이후 해당 종목의 주가추이를 주시하며 빠르면 거래 둘째날부터 보유물량을 팔기 시작해 상당한 평가차익을 실현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튿날 해당 종목이 하한가(12%)로 떨어지더라도 공모가의 78%에 해당하는 평가차익을 이미 확보해 놓은 셈이다.

▽개인투자자만 피해본다〓신규종목 거래 첫날 매수잔량이 수백만주에서 1000만주를 넘어 폭증할 경우 개인투자자들은 좋은 종목인 줄로 알고 매수대열에 가세하기 쉽다. 개인들의 매수세가 뒤따를 경우 기관들은 떠날 준비를 하는 것.

거래 첫날 공모가의 2배로 치솟은 A종목은 이틀째에도 상한가를 기록한 뒤 3일째 하한가를 맞자 거래량이 그전보다 3배 급증했다. 기관은 빠져나오고 개인이 뛰어들면서 활발한 손바뀜이 일어난 것. 이 종목의 현재 주가는 공모가 수준으로 떨어졌다.

증권정보사이트 씽크풀의 한 투자전략가는 “기업의 내재가치가 좋은 신규종목의 주가가 거래 2, 3일만에 급락할 이유가 없다”며 “이 경우 첫날 집중된 막대한 매수주문은 대부분 허수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투자손실을 피하려면〓시초가제도를 개선한 증권업협회는 대처수단이 없어 발만 구르고 있다. 증권거래소는 신규종목 시초가결정을 위한 주문을 오전 8∼9시 한시간만 받고 곧 정상 체결을 시킨다.

반면 코스닥시장은 전산시스템 미비로 하루 종일 주문을 접수해 오후 3시에 시초가를 결정하는 것. 증권업협회 관계자는 “전산시스템을 보완한 뒤 내년부터 거래소와 같은 거래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개인들은 거래 첫날 주가가 폭등한 신규종목에 대한 투자를 가급적 자제하는게 좋다. 기업의 가치를 나름대로 분석한 뒤 주가가 공모가 수준에 근접한 뒤 투자를 해도 늦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하고 있다.

▼7월 25일 이후 거래첫날 100% 오른 코스닥 신규종목▼

종목거래 개시일공모가시초가거래량매수잔량매도잔량
인피트론7. 276,50013,00021,5662,054,2900
비츠로테크8. 32,2004,40046,0275,793,1170
진두네트워크8. 89,00018,00090,6074,241,0010
솔고바이오8. 85,30010,600519,9662,012,9080
오공8. 106,00012,000184,9892,672,4730
코람스틸8. 161,5003,000153,99019,597,8860
중앙바이오텍8. 242,0004,000130,10110,981,2380

주 : 거래량과 매수 매도잔량은 첫날 수치임(자료 : 코스닥증권시장)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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