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부 2년半 경제분석]화려한 지표뒤 '우울한 증시'

  • 입력 2000년 8월 24일 19시 10분


현 정부는 나라 경제가 완전히 파탄이 난 상태에서 집권했다. 2년6개월 동안 우리는 다시 일어섰다. 한때 30억달러선에 불과하던 외환보유고가 무려 90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성장 고용 수출 등 대부분의 지표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이 IMF 관리상태에서 벗어났다고 24일 공식 선언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단기간에 외환위기를 극복했다”고 평한다. 정부의 뛰어난 관리능력이 빚어낸 결과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승세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느냐하는 점이다. 구조조정이 미진하고 금융시장이 불안해 자칫 잘못하면 경제전반이 다시 악화될 수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제2의 위기론’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거시경제 지표 호조〓재정경제부가 24일 내놓은 ‘통계로 본 국민의 정부 2.5년’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98년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지난해 10.7% 성장했고 올 상반기에도 11.1%의 견실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직후 8.6%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은 3%대로 하락, 사실상 완전고용 수준에 근접했고 98년 7.5%까지 상승했던 물가도 올 들어 2% 내외에서 안정됐다. 실물경기의 대표적 지표인 제조업 가동률은 98년 60%대에서 올 상반기 중 80%에 근접해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며 부도업체 수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이다.

외환위기 직후 30%대로 치솟아 기업 연쇄부도를 촉발했던 시장금리(3년만기 회사채 기준)는 98년 10월 이후 한 자릿수로 안정됐으며 달러당 1964원까지 상승했던 원―달러 환율은 1110원대로 낮아졌다. 외환보유액은 97년 12월18일 39억달러에서 지난달 말 현재 904억달러로 불어났다.

▽온탕과 냉탕을 오간 주식시장〓주식시장은 우리나라가 IMF 관리체제에서 탈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국내 기업들은 지난해 증시가 큰 폭 상승한 틈을 타 무려 72조원(코스닥 포함)에 달하는 자금을 증시에서 조달했으며 결과적으로 재무내용이 좋아지는 성과를 거뒀다.

증권거래소 상장사들의 당기순이익은 98년 12조4290억원 순 손실에서 올 상반기에는 10조398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너무 빨리 오른 게 화근이었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감이 없지 않다.

주가하락의 주범은 물량공급에 있다.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증자에 나서면서 수급불균형이 야기됐다. 그러다 보니 다시 주가가 떨어진 것.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가가 하락하면서 손실을 입는 사람도 늘어났다. 특히 코스닥의 피해가 심하다. 그렇다고 시장이 붕괴된 것은 아니다. 종합주가지수가 700선으로 떨어졌지만 그래도280까지 떨어졌던 외환위기 당시보다는 훨씬 높다.

외국인들이 하락장세속에서도 무려 15조4455억원어치의 주식을 순수하게 사들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외국인 보유금액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 정부 출범당시 18.8%(18조8836억원)에서 30.1%(78조4619억원)로 급증했다.

외국인 비중이 높다는 것은 양면성을 갖는다. 외국인 자금은 우리 경제가 어려울 때 한꺼번에 빠져나갈 우려가 높다. 국제금융센터(소장 전광우)는 바로 이 점을 들어 위기설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외국자본은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국제신인도를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외국자본이 많이 들어온다는 것만으로도 신용도가 올라간다.

<박원재·이강운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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