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4곳중 한 곳 지난해 이자도 못 벌었다

  • 입력 2000년 8월 9일 18시 45분


지난해 제조업체의 현금흐름은 상당히 개선됐으나 여전히 제조업체 4곳 중 1곳은 영업활동을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이자 등의 금융비용도 충당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업체들 가운데 4대그룹 계열사도 8개 회사나 됐으며 이 중 6개 사가 현대 계열사였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9년중 제조업의 현금 흐름 분석’에 따르면 외부 감사 대상법인 제조업체 3703개 중 24.8%인 918개가 금융비용 보상비율이 100% 미만으로 나타났다. 금융비용 보상비율이 100% 미만이면 현금수입으로 이자도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대기업 계열사는 4대 계열사가 8개사(16.3%),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대상이 아닌 5∼30대 그룹 계열사가 21개사(23.6%), 워크아웃 대상 그룹 계열 6개사(42.8%)가 각각 금융비용 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 정정호(鄭政鎬)경제통계국장은 “금융비용 보상비율이 100%를 밑도는 기업들이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국장은 “지난해 호기를 기업들이 놓치는 바람에 올해 금융기관 차입금이 급증세를 보이면서 기업구조조정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체들의 유가증권 순투자액은 업체당 43억7000만원으로 유형자산 순투자액(48억1900만원)의 90.6%를 차지해 기업이 설비투자보다는 주식 등 유가증권 투자에 치중했음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이 중 특히 대기업의 경우 유가증권 투자규모(199억원)가 유형자산 투자규모(181억3000만원)를 넘어섰다.

이는 대규모 기업집단 계열사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과정에서 계열 및 비계열사의 증자물량 중 일부를 인수하면서 유가증권 투자를 늘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정국장은 “지난해 기업들의 현금사정이 전년에 비해 개선됐지만 재벌그룹의 경우 현금 여유분을 빚을 갚는데 사용하기보다는 계열사간 출자나 유상증자에 많이 사용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수입으로 이자 등 금융비용을 얼마나 충당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현금수입과 금융비용을 더한 것을 금융비용으로 나눠 산출한다. 이자보상배율이 외상매출 등을 포함한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낼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반면금융비용 보상비율은 현금수입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이자보상배율보다 기업의 재무구조를 더욱 정확하게 나타내주는 지표로 사용한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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