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경제팀 첫날 표정과 정책방향

  • 입력 2000년 8월 8일 18시 47분


새 경제장관들은 임명장을 받고 정식 출근한 첫날인 8일 부처별 주요 현안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정책구상을 가다듬었다. 새 ‘경제팀’에서도 정책의 골격은 대체로 유지되겠지만 장관들의 과거 경력이나 성향에 따라 일부 수정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많다.

▽경제장관들의 첫날 움직임〓이날 오전 국무회의가 열렸던 터라 장관들은 오후 들어서야 간부들과 공식 상견례를 갖거나 업무보고를 받기 시작했다.

경제팀장인 진념(陳稔)재정경제부장관은 금융연구원장 국제금융센터소장 은행연합회장과 일부 은행장 등 금융계 인사들과 잇달아 만나 금융현안에 대한 파악에 나섰다. 또 9일 열리는 첫 경제장관 간담회에 상정될 안건을 검토했다.

8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9일 정식으로 금융감독위원장에 임명되는 이근영(李瑾榮)한국산업은행총재는 산은 총재실에서 금감위 간부들로부터 현대사태 등에 대해 보고를 받으며 대응책을 숙의했다. 전윤철(田允喆)기획예산처장관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내년 예산편성 상황을 점검했다.

▽장관 성향 따라 정책도 일부 바뀐다〓경제장관의 교체로 일부 정책이 변경되는 듯한 기미는 취임 직후부터 감지됐다. 진념 재경부장관이 개각 발표 당일인 7일 공적자금 추가 조성과 예금보장 한도의 상향조정을 언급한 것이 대표적인 예.

현 경제팀의 면면을 놓고 볼 때 개혁성이 낮다는 평가가 많지만 공공부문 개혁은 오히려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장 시절 대기업들의 불공정 행위를 강도 높게 단속한 바 있는 전윤철장관이 공공개혁을 총괄하는 기획예산처장관을 맡았기 때문.

전장관은 “개혁의 후퇴를 염려하는 시각이 있지만 냉정히 말하면 개혁으로 이뤄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라며 “공공부문 개혁이 잘돼야 그 성과가 기업부문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분야에 전력투구할 각오”라고 의욕을 보였다.

산업정책은 내년 이후 국제수지 흑자기조 유지가 절실한 상황에서 전형적인 통상통인 신국환(辛國煥)산업자원부장관의 부임으로 수출에 총력을 쏟는 체제로 바뀔 전망. 신장관은 수출드라이브가 강도 높게 걸리던 70, 80년대 통상관련 부서에 근무하면서 수출 100억달러와 1000억달러 계획을 입안한 주역.

김영호(金泳鎬) 전임 장관이 “당장의 수출 실적보다는 장기적인 산업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는 지론을 편 것과 대조적으로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들은 신장관의 등장으로 한동안 뜸했던 무역진흥대책회의가 빈번히 열리고 업계에 대한 수출 독려정책도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벌개혁의 양대 축인 금융감독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는 당분간 기존 정책기조를 이어가면서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소리나지 않게 재벌개혁 등 현안을 처리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관측된다.

<박원재·이명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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