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메모리'시장 한국이 간다

  • 입력 2000년 7월 11일 18시 59분


21세기의 유망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적극적인 공략에 나서고 있다.

파운드리는 위탁가공생산이란 의미로 산업계에서는 고난도의 비메모리 반도체 등을 개별적으로 수주받아 대신 생산해 주는 것을 주로 지칭한다. 범용 컴퓨터 등에 공통으로 활용되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세계 선두의 위치를 차지해 왔으나 휴대용 전화기나 컴퓨터 설계용 등에 특정 용도에 사용되는 비메모리 부문에서는 열세를 면치 못해왔던 게 현실. 특히 고난도 비메모리는 대부분 파운드리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는데 이 분야에서는 대만이 세계 시장의 70%를 장악해왔다.

▽한국과 대만의 진검승부〓최근 들어 국내업체들이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세계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동부그룹과 현대전자 등이 그 선두주자들이다. 이 업체들은 메모리분야에서 쌓은 기술과 국제 공신력을 토대로 대규모 자금을 투입, 비메모리 파운드리 시설확충에 본격 나섰다. 대만이 최근 잇단 지진으로 납기일을 맞추지 못해 상대적으로 한국의 입지가 유리해진데다 우리 업체들의 기술력도 빠른 속도로 개선 되어 국제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이런 추세로 나가면 반도체 파운드리는 우리경제의 제2도약을 견인하는 새로운 전략 효자 산업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대만도 이에 맞서 인수합병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파운드리 시장의 폭발적 성장〓시장조사기관인 세미코 리서치는 11일 반도체 파운드리의 심각한 공급부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IDC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이 앞으로 5년간 연평균 4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규모는 지난해 68억달러, 올해 105억달러, 2002년에는 253억달러, 2004년에는 362억달러 이상으로 IDC는 추정했다.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시장규모는 1220억달러(79%)로 메모리 시장(327억달러· 21%)에 비해 4배 가량 크다.

▽국내 업체의 공세〓동부전자는 3일 일본 도시바사와 파운드리 계약을 체결해 이 분야에 참여했다. 동부는 비메모리 반도체 제품용 CMOS 조직 공정기술 이전 및 5000만달러 규모의 자본을 유치했으며 내년부터 각종 비메모리 파운드리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96년 파운드리에 참여해 한달에 8인치 웨이퍼 2만1000장을 생산하고 있는 아남반도체는 올해 경기 부천공장에 1억5000만달러 규모의 장비를 추가 투입해 연말까지 월 생산규모를 3만장으로 늘리기로 했다. 현대전자도 올해를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도약의 해’로 선언하고 내년까지 2000억원을 투자, 파운드리 사업을 집중 육성해 세계 3위권의 파운드리 업체로 도약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대만 파운드리 업체 동향〓TSMC는 최근 대만 내 3위인 WSMC와 TSMC-에이서 등 2개 업체를 75억달러에 인수했다. TSMC는 3사 합병으로 올해 비메모리 반도체의 생산량을 지난해 대비 90% 가량 늘릴 예정이다. TSMC와 대만 2위 업체인 UMC는 올해 각각 30억달러와 19억 2000만달러를 신규 투자해 지난해에 비해 44% 늘리는 등 팽창을 거듭하고 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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