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商議, 재계 맏형 "나란 말이야"

  • 입력 2000년 6월 25일 19시 41분


국내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라면 으레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그러나 최근 전경련의 위상이나 발언권이 크게 줄어든 반면 대한상공회의소가 주목을 끌고 있다.

대한상의는 ‘은행지주회사법 재고 검토’ ‘중국과의 마늘분쟁 조속해결 촉구’ ‘예금자보호법 시행연기’ 등 업계 입장을 대변하는 대정부 건의안을 최근 잇따라 내놓았다.

조직개편도 눈에 띈다. 다음달 7일 전국 상의의 홈페이지를 연결하는 인터넷 네트워크인 ‘코참 넷’을 시범 출범시켜 ‘사이버 상의’로의 변신을 시도한다. 상의는 2, 3년내로 전국 5만여개 회원사들의 현황과 생산 제품들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회원사간 전자상거래(B2B)의 토대를 제공할 예정.

다음달 중순에는 주한 9개 외국 상의와의 협의회를 출범시켜 외국업체와의 유대도 강화한다. 북한이 올해 국제상업회의소(ICC)에 가입시킨 ‘평양상공회의소’와의 교류도 도모할 계획이다.

대한상의가 변신한 결정적 계기는 5월초 박용성(朴容晟)OB맥주 회장이 17대 회장에 취임하면서부터. 박회장은 “대한상의가 회원수나 역사, 단체의 성격, 전국적 조직 등으로 보아 ‘경제단체의 맏형’인데도 80년대 초반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위세’에 눌려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조직변신과 대외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한상의 직원들은 박회장의 ‘불도저형 의욕’에 때로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상의 위상 재건에 적임자라며 반기고 있다. 대한상의 안에서는 ‘전경련은 지는 해, 대한상의는 뜨는 해’라는 말까지 나온다.

반면 전경련의 존재감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전경련을 주도해온 주요 그룹 오너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소극적인데다 정부와의 관계에서 재계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기회도 현저히 위축됐다. 홍보역량 역시 대한상의보다 상당히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다.

현재 전경련회장을 맡고 있는 김각중(金珏中)경방회장은 김우중(金宇中)대우회장 퇴진후 주요 그룹 총수의 고사로 전경련이 상당기간 표류하자 떠밀리다시피 회장직을 맡았다. 과거 주요 기업인이 경쟁적으로 맡으려했던 전경련회장직의 인기가 떨어진 것은 ‘큰 도움은 안되면서 골치만 아픈 자리’라는 인식이 재계에 확산됐기 때문이다.

전경련의 위상하락은 경제사회적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재벌중심의 경제체제가 퇴조하고 정보화와 그룹해체가 시대적 화두가 되면서 주요그룹 총수중심의 전경련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자존심 강한 전경련이 그냥 물러날 것 같지는 않다. 이 때문에 전경련과 대한상의의 ‘샅바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관측이 많다. 대한상의의 거센 도전에 전경련이 어떻게 대응하고 나설지 주목된다.

<권순활·구자룡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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