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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5월 9일 19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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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재계 모두 총선이후 심화돼온 양측의 갈등양상이 더 이상 계속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공통인식을 갖고 있다. 실제로 정부와 재계의 대립이 표면화되면서 구조조정 차질과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불안이 확산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그동안 재계의 불만요인이었던 ‘정부주도 개혁’대신 ‘시장에 의한 개혁’을 약속, 정재계 공조체제의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정부로서는 일련의 ‘기업개혁’ 과정에서 “정부가 외국기업에는 환심을 사려고 노력하면서 국내기업만 들볶는다”는 ‘역차별’ 불만이 재계에서 커지면서 부담을 느껴왔다.
이헌재(李憲宰)재정경제부장관이 지난달 28일 경제5단체장과 간담회를 가진데 이어 9일 간담회에 이례적으로 주요 경제부처 장관이 일제히 참석, 재계와의 공조체제 구축에 나선 것은 이 때문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장관은 “경제위기 재발을 막고 경제체질을 강화하려면 구조개혁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고 재계도 동의했다. 정부와 재계가 그동안 발표했던 개혁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대내외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셈이다. 한 전문가는 “이번 합의는 한국경제에 대한 외국인투자자들의 신뢰를 다지자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간담회 분위기는 상당히 좋았다. 이장관은 박용성(朴容晟)대한상의회장 취임과 박상희(朴相熙)중소기업중앙회장의 당선을 축하했고 박용성회장 등은 정부와 원만한 협력을 다짐하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하는데 노력했다.
유한수(兪翰樹)전경련 전무는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정부와 재계의 협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권오규(權五奎)재경부 경제정책국장도 “정재계 간담회는 개혁을 차질 없이 잘 하자는 뜻을 담고 있으며 앞으로도 정부와 재계가 자주 만나게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러나 ‘불씨’는 남아 있다. 김재철(金在哲)무역협회장이 “법무부가 마련중인 기업지배구조개선안은 새로운 제도가 도입된다는 의미인가”라고 묻자 이장관은 “새로운 제도가 도입될 것이지만 현재 구체적인 안은 나와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는 앞으로 기업지배구조개선을 둘러싸고 정부와 재계의 갈등이 재연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규진기자>mhjh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