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1조2천억 내놔야"…이기호수석 "자구노력 우선"

  • 입력 2000년 5월 3일 23시 19분


이기호(李起浩)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3일 “현대투신증권의 정상화를 위해 현대측은 자본잠식 규모인 1조2000억원을 대주주와 계열사, 총수 일가의 출자 등을 통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석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유동성 지원에 앞서 현대측의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하는 것은 ‘원칙’에 관한 문제”라며 “한투 대투와 달리 현대투신은 대주주가 있는 회사인 만큼 자본잠식분에 대해서는 현대측이 명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측이 자본잠식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대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 주식의 현물출자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는 현대투신 대주주인 현대증권과 현대전자의 소수 주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수석은 “정부는 현대가 성의 있는 자구노력을 보여야만 현대투신이 필요로 하는 유동성을 시장금리로 지원하고 연말로 예정된 연계콜 해소시한 연장을 위해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의에 나설 것”이라고 못박았다.

현대그룹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처음에는 “총수 일가가 사재를 출자해야 한다는 정부의 요구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수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이날 밤 “정부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는 없지만 정부와 국민 모두가 총수 일가의 사재출자를 요구하고 있는만큼 정몽헌회장이 갖고 있는 현대택배(비상장사) 지분을 출자하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현대측은 이같은 내용을 이르면 4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회장의 현대택배 지분의 시가는 수십억원에 불과해 정부가 이 안을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박원재·이병기기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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