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한' 채권시장]금융구조조정案에 금리 꿈틀

  • 입력 2000년 5월 3일 19시 36분


은행과 투신 등 금융권에 대한 2차구조조정이 가시화하면서 그동안 안정세를 유지해오던 채권금리가 꿈틀거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리상승은 구조조정에 심각한 차질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장기조정중인 주식시장에도 추가하락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관심의 고삐를 늦출 수 없는 재료. 최근까진 은행권을 중심으로한 풍부한 유동성이 ‘콜금리 인상설’과 ‘경기과열’ 등 각종 악재를 압도해왔으나 2차 금융구조조정 착수라는 새로운 재료가 가세하면서 저금리 기조 유지를 장담할 수 없게됐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폭풍전야의 고요〓2일 3년만기 국고채금리는 8.89%로 이례적인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풍부한 자금을 보유하고도 마땅한 운용처가 없는 은행 등 기관투자가들이 국고채 1∼2년물 중심으로 단기거래에 치중하면서 장기금리를 소폭이나마 끌어내리고 있는 것.

채권딜러들은 그러나 최근의 상황을 ‘폭풍 전야의 고요’로 빗대 표현하고 있다.

채권딜러들은 이르면 이달부터 금융구조조정 재원마련을 위해 추가조성될 공적자금 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일 채권시장에선 ‘공적자금 조성규모가 예상보다 작을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거래가 활성화된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채권딜러들은 “아무리 유동성이 풍부하더라도 수조원대의 예금보험채권 등 국공채가 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져나올 경우 이를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하고 있다. 즉 수급균형이 깨지면서 금리가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한국은행 김한성조사역은 “특히 예보채는 5년만기로 최근 단기물을 선호하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이 사자세력을 형성할지 의문”이라고 귀띔했다.

▽단기적으론 안정세 유지, 장기적으론 불안〓금융구조조정이 본격 착수되면 투신권은 자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보유채권을 내다 팔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바로 채권시장의 물량압박으로 이어져 금리상승을 촉발하게 된다.

그러나 단기적으론 금리상승보다는 하향안정쪽에 비중을 두는 분위기. LG투자증권 성철현채권팀장은 “금융권 2차 구조조정과 현대투신 문제는 예견된 악재로 시중유동성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한은이 콜금리를 예상보다 적은 0.25%포인트정도 올리거나 아예 인상하지 않을 경우 금리는 오히려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97년 IMF전후로 대거 발행된 3년짜리 회사채 만기물량이 올 하반기부터 시장에 쏟아질 예정인데다 고속성장에 따른 인플레우려가 상존해 있는 상황이어서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어디에 투자해야하나〓금리가 상승할 것 같은 상황에선 채권시장이 위축돼 제때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을 편입한 공사채형 펀드의 수익률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금리상승은 곧바로 주가하락으로 이어져 개인투자자들은 이래저래 선택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금융구조조정기에는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수시입출금식 예금이나 정기예금 등 안전한 상품에 단기로 운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권하고 있다.

조흥은행 서춘수재테크팀장은 “신탁상품중엔 만기가 6개월 미만인 신종적립신탁 등에 추가적립하는 것이 안전하면서도 단기에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요령”이라고 조언한다.

<이강운·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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