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들의 몸만들기]"건강해야 사업도 잘한다"

  • 입력 2000년 5월 2일 19시 50분


최근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병마로 고생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CEO의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영자의 건재 여부가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한국적 현실에서 CEO의 경륜과 지식이 건강악화로 인해 일시 중단되면 사회적으로도 손실이다.

주요 기업 경영자중 상당수가 외환위기이후 기업구조조정과정에서 엄청난 업무부담과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건강이 나빠졌다. 외국 CEO들도 변화가 빨라지고 경쟁이 격화되면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긴 마찬가지.

특히 현대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이 무릎이상으로 걸음걸이가 불편하고 삼성 이건희(李健熙)회장과 현대산업개발 정세영(鄭世永)명예회장 등이 암치료를 받으면서 CEO의 건강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기업인들은 건강관리에 각별한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국내 CEO들의 건강관리〓이건희 회장은 요즘 매일 남산에서 1시간정도의 산책을 하고 있다. 즐기던 담배도 완전히 끊은 상태. 암치료전에는 주로 골프와 승마,좌욕으로 건강을 다졌다.

삼성 관계자는 “이회장이 건강을 완전히 회복했지만 암치료 직후여서 산책정도로 건강을 다지고 있다”며 “조만간 좋아하는 골프도 재개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회장은 산책시간에 경영구상도 병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영 명예회장은 사무실에 매일 출근하면서 건강을 다지고 있다. 과격한 운동은 하지 못하지만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정신건강을 챙기고 있다는 게 그룹 관계자의 설명. 현대측은 “정명예회장이 워낙 건강체질인데다 ‘잘 먹고 잘 잔다’는 기본적 건강수칙을 지키는데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테니스로 건강을 다져온 정몽헌(鄭夢憲) 현대 회장은 요즘 해외출장 등으로 특별한 운동은 하지 못한다. 그동안 아파서 몸져 누운 적이 없는 건강체질이어서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는 게 그룹측 설명. 다만 평소 걸음걸이가 경보수준에 가까워 ‘걷기’가 운동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현대 그룹 관계자는 “여직원들은 정회장의 걸음걸이를 따라갈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손길승(孫吉丞) SK그룹회장은 고 최종현회장의 건강관리비법인 기수련을 이어받고 있다.손회장은 주 3회씩 규칙적으로 기수련을 하면서 주변 임직원들에게도 권유하고 있다.

구본무(具本茂) LG그룹회장은 좌욕과 골프로 건강을 다지고 있다. 평소에 낙천적으로 세상사를 바라보고 규칙적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관리 비법이다.

▽국내외 CEO들의 건강실태와 기업경영〓우리나라의 한 대기업의 임원급 정기검진 결과, 위십이지장염과 궤양에 걸린 사람이 20%를 넘었다. 고혈압, 지방간, 콜레스테롤, 간기능저하로 고생하는 임원들도 10%를 넘는다. 암에 걸린 임원도 0.1%에 이른다는 것.

캐나다 로렌티안 대학이 캐나다의 CEO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자의 88%가 암과 심장질환으로 이행하기 쉬운 상태인 것으로 판명됐다.

CEO들은 업무에 대한 집념과 도전적 성격으로 인해 일반인에 비해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특히 젊은 벤처기업인들은 일주일에 이틀밤을 세우는 등 자신의 몸을 지나치게 혹사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CEO의 건강과 기업가치는 정비례관계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CEO의 능력이 기업가치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벤처기업은 이같은 상관관계가 더욱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인터넷 식품유통업계 2위인 피포드사의 CEO인 빌 말로이가 지난 3월16일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를 발표하자 이 기업의 주가가 하루만에 54.5%나 하락했다. 1억2000만달러를 투자키로 했던 벤처캐피털은 투자계획을 철회했다. 또 증권사들은 피포드의 등급을 매입에서 중립으로 떨어뜨렸다.

▽스스로 건강을 챙겨라〓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CEO들이 우선 식사부터 제대로 챙길 것을 권유했다. 업무나 시간에 쫓겨서 또는 눈앞의 성취를 위해서 생체리듬을 무시하는 생활을 계속하는 것은 건강악화의 지름길이기 때문. 수면시간도 일정하게 지켜야 한다.

미국의 유명 CEO들은 매일 6∼7시간의 수면을 취하고 1시간 가까이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등 건강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쏟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고서는 바쁜 스케줄로 시간에 지배당하기 쉽지만 일이나 약속을 무조건 수용하지 말고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잠깐만이라도 모든 걱정과 부담을 잊어보는 시간을 갖는 등 정신적 여유를 가질 것과 건강이 나빠졌더라도 재활의지를 버리지 말 것을 권고했다.

<임규진·정위용기자>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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