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신용금고 앞날은]'準은행 변신-도태' 생사 갈림길

  • 입력 2000년 4월 30일 19시 37분


21조5000억원의 예금을 끌어안고 있는 금고업계의 앞날이 불투명하다. 전국의 사금융업자들을 편입하면서 ‘서민금융의 대명사’로 성장해온 금고업계는 은행권의 ‘저인망식 영업’으로 시장기반을 잠식당한 데다 2001년 예금보장한도 축소로 공멸의 위기감에 짓눌리고 있다.

정부가 30일 상호신용금고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웬만한 은행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데 웬 금고…’라는 비관적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도태 조짐 보이는 금고업계〓금고업계의 위축은 외환위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96년 전국 236개 금고가 28조6000억원의 예금을 유치, 2600억원의 당기 순익을 올렸지만 이후 해마다 영업이 악화돼 올 2월 177개의 금고가 21조원을 유치할 정도로 시장이 위축됐다. 지난해엔 1조6000억원의 적자를 내 업체당 평균 88억원의 적자를 봤다.

금고업계의 위기는 특히 은행들의 공격적 경영이 불을 지폈다. 은행들은 시장 상가 등을 직접 돌며 예금을 받거나 폰뱅킹 등을 활성화했다. 여기에 금고업계의 잦은 사고도 고객들이 등을 돌리는 배경이 됐다.

내년 시행되는 예금보장한도 축소는 열악한 금고업계에겐 ‘벼랑 끝’인 셈. 대형은행 사이에서도 ‘안전성’을 찾아 예금이 옮겨다니는 판에 적자에 시달리는 금고업계의 예금이탈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다.

▽정부, ‘살아남는 금고만 키운다’〓정부의 활성화방안은 ‘불량금고는 도태시키고 우량금고는 준(準)지방은행으로 키우는’ 차별화가 핵심. 영업구역 제한을 풀고 영업상품 규제를 풀어금고업계 내에 ‘약육강식’ 환경을 조성했다.

정부는 98년부터 48개의 금고 매각을 추진했으나 겨우 10개만 성사시켰다. 합병금고에 대해서는 자기자본충족의무, 점포신설 규제 등을 풀어주고 부실금고 매각시 예금보험공사의 자금 지원도 늘려줄 방침. 내년엔 금고란 명칭도 ‘**은행’ 등으로 바꾸고 2001년 이후엔 은행 변신도 허용한다는 복안이다.

▽‘금고업 사라지나’〓정부의 활성화 방안은 ‘미진하다’는 우려와 ‘지나치게 풀어준다’는 상반된 지적을 동시에 받고 있다. 경영사고가 잦은 금고업계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우려와 ‘실질적 조치가 없다’는 비판이 교차하기 때문.

금고업은 소유제한이 없다. 동일인여신한도 등이 약화되면 산업자본들이 대거 진입할 수도 있다. 이미 4대 재벌중 LG가 금고업에 진출한 상태. 최근 영업정지된 우풍상호신용금고의 사례에서 보듯 대주주의 독단적 경영을 견제할 장치도 전무하다.

금감위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단일점포 은행이 금융시장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며 “구조조정만 이뤄진다면 ‘이름만 금고’인 은행이 대거 신설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의미의 금고업은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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