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노조-건설업체, 주총 눈앞 '株價관리' 비상

  • 입력 2000년 3월 9일 20시 14분


▼ 은행노조 ▼

은행권 노조들이 잇따라 노조기금 등을 통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경영진의 주가관리 노력에 대한 측면지원에 나서고 있다.

한미은행 노조는 9일 긴급 운영위원회를 열고 조합기금 2억원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결의했다. 노조측은 “한미은행 주식이 저평가돼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추진중인 주식예탁증서(DR) 발행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적정 주가 회복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노조 간부들은 조합기금과는 별도로 3월 정기 상여금 전액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결정했으며 직원들의 동참도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한빛은행 노조도 은행에 대한 신뢰회복과 함께 1년 후에 상당한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노조원을 대상으로 자사주 매입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이 은행 관계자는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참여 의사를 조사한 결과 전체 임직원 1만2000여명 중 5000여명이 자사주 매입 운동에 동참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노조도 세계적인 종합금융그룹인 알리안츠의 지분 12.5% 인수 발표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급락하자 3일 노조기금 중 여유자금 1억5000만원으로 자사주 1만9000여주를 매입했다.

이에 앞서 외환은행 노조도 지난해 9월 은행이 해외 DR를 발행할 때 노조 특별회계자금 적립금을 이용해 12억원 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 건설업체 ▼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 건설사들이 자사 주식가격이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폭락하자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17일 정기주총을 개최할 예정인 코오롱건설은 주가가 작년 10월 이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자 주가 관리를 위해 1일부터 ‘우리 주식 사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코오롱은 지난해 12월과 올 1월에도 우리 주식 사기 운동을 전개, 10만주 정도를 매입한 바 있다.

코오롱 관계자는 “2차 주식사기 운동은 주총 전까지 임원 500주, 부장급 200주, 차장 이하 직원 100주씩 매입해 총 20만주를 사들인다는 계획으로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24일 정기 주총을 가질 예정인 현대건설은 최근 주가가 액면가 이하로 떨어지자 최근 IR팀을 확대 개편하고 회사 실적과 인터넷 분야에 주력한다는 내용을 담은 책자를 제작, 증권사와 애널리스트들에게 배포하면서 주가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7일 정기 주총 예정인 대림산업도 주가가 작년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7000원대에 머물자 지난해 구조조정과 외자유치 등을 통해 부채를 6000억원 이상 탕감하면서 금융비용이 1000억원 이상 줄어드는 등 경영여건이 호전됐다는 점을 주주들에게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LG건설 금호건설 두산건설 등 대부분의 건설업체가 정기 주총을 앞두고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IR팀의 홍보 활동 강화에 나서고 있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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