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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2월 21일 19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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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주가가 바닥을 모르고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21일 거래소시장의 주가는 850선마저 무너지는 초약세를 보였고 코스닥도 거래소시장 약세의 영향을 받아 낙폭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거래소시장의 주가조정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심각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코스닥 역시 조정장이 예상되는 만큼 일단 이익을 실현한 뒤 다시 매수하라는 충고.
▽거래소시장은 ‘내우외환(內憂外患)’〓추세가 무너졌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다우지수와 나스닥시장이 지난주말 폭락한 영향을 직접 받아 850선마저 붕괴됐다. 심리적 ‘공황상태’라는 지적이 많다.
여기에 무역수지 적자 우려감까지 겹쳐 국내경기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늘었다는 설명. 김석규 리젠트자산운용 이사는 “지금까지 거래소시장은 유동성 부족을 걱정해왔지만 이제는 펀드멘털 측면에서 경기상황을 되짚어봐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경기전망과 기업실적 추정치가 여전히 유효한지 의문스럽다는 것. 추가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줄더라도 주가가 언제 회복될지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수급악재로 유동성 부족 심각〓거래소시장이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는 ‘유동성 부족사태’. 지난해 40조원에 달한 유상증자 물량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도 이를 받아줄 마땅한 수요세력이 없다. 여기에 코스닥 활황이라는 ‘독약’이 겹친 셈. 기관투자가마저 코스닥으로 떠나가는 상황이어서 수급기반이 취약하기 짝이없다.
올들어서는 뮤추얼펀드와 수익증권에도 새돈이 흘러들어오지 않고 지지부진한 상황을 면치 못해 구조적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구재상 미래에셋 상무는 “거래소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코스닥이 오르는 것은 시장의 질을 나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해석했다.
▽‘기간조정’ 지속 가능성〓거래소시장의 가격위험은 많이 줄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단기간에 주가가 급락한데다 지수 800선 초반에 들어서면 자율반등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렇지만 당장 주가가 오름세로 돌아설 계기는 없는 실정.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수급불안이 거래소시장을 망가뜨리는 요인”이라며 “총선 전까지 주식시장은 조정장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가끔 반등 시도를 하겠지만 이것도 920-930선에서 매물을 받으면서 저지될 것이라는 분석. 장사장은 “코스닥시장도 280선 돌파를 번번이 실패한 만큼 일단 이익을 챙긴 뒤 매수시기를 저울질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못따라가 고민하는 펀드매니저들〓장세흐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 펀드매니저들은 곤경에 빠졌다. 코스닥 주식을 외면하다 시장평균 수익률을 따라잡지 못했고 뒤늦게 코스닥으로 갈아탔다가 오히려 손해보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다. 거래소 투자비중을 줄일 시점을 놓친데다 코스닥 시장흐름도 심상찮아 투자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지 우와좌왕하고 있는 것. 한 펀드매니저는 “지난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 전문가들조차 장세를 읽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