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로스 컷' 제도가 폭락장세 주범… 대형 블루칩 주류

  • 입력 2000년 2월 15일 20시 15분


은행 ‘로스컷’(Loss Cut·손절매) 물량이 장세악화의 주범(?)

15일 주식시장에서는 은행권의 팔자매물이 외국인 매도공세와 함께 장중내내 투자자들을 괴롭혔다. 은행들이 팔자매물로 내놓은 것은 최근 주가하락폭이 큰 대형 블루칩들이 주류.이날 10만원대가 무너진 포철을 비롯해 데이콤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블루칩종목들에 매물공세가 이어졌다.

은행들이 이처럼 거래소 우량주식을 팔아치운 것은 손실폭이 30%이상이면 무조건 처분해야 한다는 로스컷제도 때문. 위험관리 차원에서 더 이상 손실을 보기 전에 서둘러 팔도록 한 감독당국의 조치에 따라 내부적으로 엄격히 시행하고 있는 주식투자 지침이다.

로스컷은 매입단가보다 30%이상 떨어지면 손실을 무릅쓰고 자동적으로 보유주식을 내다팔도록 돼 있다.

실제로 이날 은행권의 거래소 주식순매도 규모는 975억원어치로 외국인에 이어 가장 많았다. 투신사들이 119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과는 대조를 보였다.

은행들의 로스컷 물량은 그동안 단기하락폭이 컸던 한전주가 대부분이었지만 이날 주가가 추가폭락하는 바람에 대형급 우량주식들이 상당부분 이에 해당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앞으로가 더욱 심각하다는 것. 거래소시장의 적잖은 종목들이 로스컷 근방에 와있어 오히려 오늘부터가 더욱 걱정이라는게 은행 신탁운용자들의 전언이다. 이렇게 되면 현상황에서 주가가 조금만 더 떨어져도 매물이 매물을 부르는 수급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배기범 신한은행 증권운용부 차장은 “당장 오늘부터 은행권 로스컷물량이 집중적으로 나올수 있다”며 “손절매 물량이 많으면 당장 수급악화는 물론 가뜩이나 취약한 거래소 유동성부족 사태를 악화시킬 것”으로 염려했다.

<최영해기자> 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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