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재고율, 20년만의 '바닥'…작년말 첫 60대

  • 입력 2000년 1월 25일 18시 30분


외환위기 이후 2년간 기업들이 제품을 생산하거나 수입하기보다는 미리 확보해둔 물품을 팔아치우는데 치중하면서 주요 업종의 재고율이 마침내 바닥 수준까지 떨어졌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제조업 재고율(95년〓100)은 98년 1월 120.2를 정점으로 22개월 동안 급락세를 이어가 작년 11월 현재 68.6으로 낮아졌다. 60대로 떨어진 것은 80년 이후 처음.

한은 관계자는 “재고율이 저점을 기록한 것은 앞으로 기업들의 생산 및 수입활동이 활발해질 것임을 예고하는 지표”라며 “경상수지 흑자가 지나치게 축소되는 사태를 막으려면 기업마다 적정재고를 정확히 예측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재고율이 정점에서 저점에 도달할 때까지 평균 21개월 걸렸던 과거 경기순환의 예를 감안할 때 적정재고는 작년말을 고비로 대부분 소진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제조업 재고율은 작년 6월(74.3) 이후 70% 안팎에서 변동폭이 크게 줄어 추가 하락할 여지는 거의 없다는 분석.

재고율이 떨어진 것은 외환위기 여파로 국내 경기가 극심한 불황에 빠지자 과잉재고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생산과 수입을 크게 줄인 채 국내외 수요를 재고로 충당했기 때문.

재고감소액은 98년 국내총생산(GDP)의 7%에 달해 그해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5.8% 성장을 부추겼고 지난해에는 경기회복으로 생산활동이 다소 살아나면서 GDP의 3%로 낮아졌다.

공산품 재고는 98년중 감소액이 4조원에 달했으나 99년에는 전년의 절반으로 줄었고 유통재고 감소액은 98년 23조원에서 작년 1∼9월중 8조원 가량으로 축소됐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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