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경질 경제장관들 심정-거취]

  • 입력 2000년 1월 14일 18시 50분


13일 개각에서 ‘갑작스럽게’ 물러난 장관들의 거취는 어떻게 될까.

개각 발표 직전까지도 자신의 유임을 믿었던 정덕구(鄭德龜)전산업자원부장관은 경질 소식에 크게 충격을 받았으나 밤새 ‘많은 것’을 생각한 듯 14일에는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금감위원장 청와대경제수석 등 이동설이 나돌 때마다 “부품 소재산업 육성 등 내가 산자부에서 벌여놓은 일이 많아 이를 마무리하기 위해 더 남고 싶다”는 뜻을 여러차례 피력했던 정전장관은 경질을 전혀 예상치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각 명단 발표 20분전 한광옥(韓光玉)청와대비서실장으로부터 위로전화와 함께 경질을 통보받은 정전장관은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서울 인근의 형 집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정전장관은 “형 집에서 밤새 이임사를 썼다”고 털어놓았다.

이임사에는 정전장관 특유의 강하고 단호한 성격과 달리 ‘떠나는 자의 착잡한 심정’을 담은 감상적인 문구가 많이 눈에 띄었다.

“작년 5월 (재경부차관에서) ‘단기필마(單騎匹馬)’로 산자부로 부임한 지 230여일 만에 표표히 떠납니다.”

30년 공직생활을 ‘일단’ 접는 소회를 “이제 난생 처음으로 어디에도 구애받지 않는 자연인이 됐다”며 애써 홀가분한 심정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전장관은 향후 계획에 대해 “한 두달간 충분히 쉴 생각”이라면서 “오늘 당장 비행기를 탈 것”이라고 말했다. 부인 및 ‘평생지기인 친구 한 명’과 함께 국내외로 여행을 다닐 것이라고 말했으나 어디로 갈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총선 출마설’에 대해서는 “전혀 제의받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정전장관은 아직 나이(51)가 젊은 편인데다 금융관련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어 향후 개각 때 다시 입각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

정전장관의 행시 동기(10회)로 함께 물러난 이건춘(李建春)전건교부장관은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없는 상태. 본인은 부인하지만 총선 출마설이 끈질기게 나돌고 있고 “세무사 자격증을 갖고 있어 세무 관련 분야에서 일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치인 출신인 정상천(鄭相千)전해양수산부장관은 국회 비례대표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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