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社株 취득 효과 '미미'…기업들 작년 경쟁적 취득

  • 입력 2000년 1월 12일 19시 02분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부 상장사들이 주가관리를 위해 경쟁적으로 자사주 취득에 나섰으나 전체적으로 그 효과는 미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최근들어 오랫동안 소외된 ‘가치주’가 각광을 받으면서 자사주취득은 점차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이를 노리는 투자도 유망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사주 취득현황〓작년 11월1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자사주취득 계획을 주식시장에 알린 기업은 두 차례 이상 공시한 업체를 포함, 모두 71개사.

이 중 공시일이후 주가가 오른 기업은 22개로 전체의 31%에 그쳐 수십, 수백억원을 쏟아붓고도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전선피복용 플라스틱 원료를 만드는 우신산업은 지난해 9월 9000원대를 웃돈 주가가 반토막나자 12월6일 12억원의 자금을 하나은행 자사주펀드에 맡겨 자기회사 주식을 사들인 업체. 그래도 주가가 떨어지자 12월10일, 20일, 23일, 올 1월6일 각각 10억원씩 40억원을 추가로 조성, 자사주취득에 나섰다.

이밖에 하나은행 대한제당 세아제강 새한정기 대림산업 미원상사 신대양제지 등도 두 차례이상 자사주취득 계획을 공시했다.

▽호재로 부각되는 자사주취득〓작년 11월이후 자사주취득 공시 71건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점차 ‘약발’이 먹히는 추세. 11월 중에는 21건의 공시 중 주가가 오른 기업은 미래와 사람 1곳에 불과했지만 12월에는 38건 중 13건, 올 1월에는 12건 중 8건이 효과를 봤다.

정보통신 인터넷주에 ‘거품’이 있을 수 있다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되고 그 대안으로 가치주가 떠오르면서 자사주취득 공시가 호재로 부각되고 있는 것.

대한투신 지춘근 투자2팀장은 “지난 연말에는 워낙 인터넷 열풍이 거세 기관 개인 가릴 것 없이 주변주를 팔아 주도주를 사기 바빴다”고 말했다.

주가차별화가 극심한 상황에서는 아무리 돈을 많이 들여 자사주를 사더라도 별 효과가 없었다는 것.

증권 전문가들은 “유가증권 평가손실을 감수하고라도 자사주를 살 수 있는 기업은 그만큼 현금흐름이 좋다는 반증”이라며 “이들은 주식시장의 ‘영원한 테마’인 실적대비 저평가종목인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용어설명>

:자사주취득:기업들이 자기자금으로 자기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 회사이름으로 직접 매입하는 방법과 금융기관과 신탁계약을 맺고 자사주펀드에 가입, 매입을 일임하는 방법이 있다. 앞의 경우 3개월 이내에 목표수량을 사들여야 하며 매수주문 수량 및 횟수, 가격 등이 정해져 있는 반면 자사주펀드에 가입할 때는 보다 자유롭게 주식을 매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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