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지원행정' 의혹…서울시, 올사업 몰아치기 발주

  • 입력 2000년 1월 10일 19시 48분


서울시와 각 구청이 올해 예정된 각종 대규모 사업을 대부분 3월 이전에 발주키로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등은 “4월 총선을 의식한 행정지원”이라며 “돈이 한꺼번에 풀려 물가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10일 서울시와 각 구청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지난주까지 산하 각 기관과 구청에 수차례 공문을 보내 “경기진작을 위해 2000년도에 배정된 각종 사업을 1·4분기에 조기 발주하라”고 지시했다.

◆수차례 공문보내 독려

서울시는 특히 지난해 12월23일 ‘시장지시사항’임을 강조하며 “공사를 조기 발주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경기활성화를 꾀하라”는 공문을 추가로 보냈다.

이에 따라 서울시 건설안전관리본부는 10일 올 한해 예정사업 145건(총사업비 5730억원) 가운데 95%인 139건(5393억원)을 3월 이전에 발주하기로 결정했다.

건설본부는 특히 금주중 가양 난지하수처리사업소 슬러지 소각시설 건설 공사 등 5건(2637억원)을 발주하는 것을 비롯해 이달 중 47건(3291억원)을 발주할 계획이다. 특히 올 한해 신규 사업 83건은 모두 3월까지 발주하기로 했다.

건설안전본부 관계자는 “지난달 초부터 건설교통부가 조기 발주를 당부하는 공문을 보낸 데 이어 시본청 예산실에서 시장 지시사항이라며 조기발주를 당부해 올해 사업 대부분을 1·4분기에 배정했다”고 설명했다.

◆건설본부 95% 발주키로

은평구는 이날 “지난해 11월 서울시 지시에 따라 73건(668억원)의 올해 사업 중 48건(349억원)을 2월까지 발주하겠다”고 시에 보고했다.

용산구도 “복지시설 건립 8건(198억원), 도로건설 14건(30억원) 등 54건(319억원)의 사업을 3월까지 발주하기로 했다”고 보고했다.

동작구 관계자는 “시의 지시에 따라 올해 사업 85건(250억원) 가운데 41건(108억원)을 가급적 이달 중에 발주할 계획”이라며 “사업을 조기에 발주하면 사업비의 50%까지 선급금으로 계약자에게 줄 수 있어 기업 부도 예방 및 지역 경기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市 "총선과 무관"

이처럼 3월 이내에 사업 발주계획이 집중된 데 대해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올해는 공공근로사업 예산이 줄었기 때문에 대규모 사업을 조기에 발주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소기업 제품의 수급을 원활하게 하려는 것”이라며 “총선을 의식한 것은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인 ‘함께하는 시민운동’의 정창수(鄭昌洙)간사는 “선거를 앞둔 시기에 대규모 공사 발주가 집중되는 데는 고용 창출 등 경기진작을 통해 민심을 유리하게 끌어가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산은 순차적으로 고르게 집행되는 게 바람직한데도 선거를 앞두고 돈이 지나치게 풀려 물가인상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기홍 서정보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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