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곤두박질/원인-파장-전망]수출도 '추락'비상…경제회생 빨

  • 입력 1999년 12월 7일 19시 48분


원―달러 환율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하락해 달러투매 조짐까지 나타나면서 외환당국과 수출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의 엔화강세 효과를 기대하던 무역업계는 환율하락이 수출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면서도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발만 동동구르고 있다.

외환딜러들은 외환당국의 강도높은 개입이 없는 한 달러화는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왜 떨어지나〓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를 사려는 기업이나 금융기관은 자취를 감춘 반면 달러를 국내에서 원화로 바꾸려는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수급불균형을 초래한 대표적인 요인은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대우사태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일단락되고 국내 증시가 활황국면을 지속하면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은 11월 한달간 25억달러가 쏟아져 들어왔다. 이는 92년 국내증시가 개방된 이후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연간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250억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환율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또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이 활발히 추진했던 외자유치가 차츰 결실을 보면서 기업 인수합병(M&A) 대금 등이 달러의 새로운 공급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환율 급락은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무너뜨려 가까스로 회복단계에 들어선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크다.

엔화가 달러당 102∼103엔에서 움직이는 초강세를 보이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원화강세 속도가 워낙 빨라 엔화강세의 완충기능도 효력을 다했다는 분석.

전문가들은 수출업계가 정상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원화와 엔화가치의 마지노선을 1 대 10으로 꼽고 있다.

현재 달러화에 대한 엔화가치가 103엔선인 점을 감안하면 원―달러 환율이 1130원 아래로 내려갈 경우 국내 거의 모든 수출업체가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설명.

정부가 환율안정책으로 해외증권 투자펀드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달러 투매가 멈출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외환딜러들은 평가한다.

한 외환딜러는 “정부의 구두개입에 의한 외환시장 개입은 이미 효력을 다한 상태여서 수급여건을 개선할 만한 근본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원재기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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