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전경련 부회장 『이익치씨 불구속수사 바람직』

  • 입력 1999년 9월 8일 19시 24분


현대그룹 최고경영진에 대한 검찰수사가 구속 및 출국금지 등 강경한 입장으로 흐르자 재계가 걱정에 싸였다. 당장 해외 채권은행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손병두(孫炳斗)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8일 6∼30대그룹 회장의 청와대 간담회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이익치(李益治) 현대증권회장의 불구속 수사와 박세용(朴世勇)현대상선회장의 출국금지조치 해제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손부회장은 “현대가 주가조작을 했는지, 그리고 조작을 통해 일반투자가들이 피해를 보았는지는 구체적으로 입증할 때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도주 우려가 없는 최고경영자에 대해 굳이 경제적 파장을 무릅쓰면서 구속 수사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회장의 주가조작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는 박세용회장은 내주 중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함께 호주를 방문해야 할 처지. 한호(韓濠) 경협위원회는 김대통령의 호주 국빈방문에 맞춰 일부러 위원회 연례회의 일정을 맞췄다가 낭패를 보게 된 셈이다.

호주정부는 현대그룹의 주가조작 수사진행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뜻밖의 악재를 만난 주한(駐韓)호주대사관측은 박회장이 경협위 정기총회에 참석할 수 있는 지를 수시로 전경련에 문의하고 있다.

주가조작 수사가 현대그룹에 대한 전면적인 압박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외국 채권은행들의 움직임 역시 심상치 않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벌써 유럽의 C은행이 현대채권 2000만달러의 만기연장을 거부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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