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증권 환매 허용 첫날]금융기관 환매 '밀물'비난

  • 입력 1999년 8월 16일 19시 47분


수익증권 환매가 허용된 16일 일반투자자들의 대량환매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으나 환매자제를 결의한 금융기관들이 오히려 대거 환매를 요청, 오히려 혼란을 부추겼다.

투신 및 증권사들은 “환매자제를 결의한 금융기관이 이날 오전부터 수조원씩 환매를 요청하자 개인과 법인들이 동요하며 시장이 크게 동요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수시입출금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잠시 돈을 맡겨둔 개인들은 손해를 보고 돈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자 증권사 직원들에게 ‘책임지라’며 격렬하게 항의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두 얼굴의 금융기관들〓주요 증권사 창구에는 은행 종금 보험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수익증권 환매요청이 쇄도해 이날 오전 있었던 금융기관장들의 환매자제 결의를 무색하게 했다.

현대증권의 경우 이날 오전에만 은행권을 중심으로 환매요청금액이 3조원에 달했으며 △대우증권 1조원 △삼성증권 7000억원 △LG증권에도 4000억원의 환매요청이 쇄도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환매자제 결의를 믿고 있다가 발등을 찍힌 꼴이 됐다”며 “금융기관의 환매요청에는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증권사측은 이같은 금융기관의 대규모 환매요청 사실을 금융감독위원회에 즉각 보고했으며 금감위의 ‘구두개입’으로 오후부터는 금융기관마다 슬그머니 환매을 취소.

▽속터지는 MMF가입자들〓여유자금을 공사채형 수익증권에 예치한 가입자들은 대부분 이번 ‘부분환매조치’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

일부 고객의 경우 ‘6개월을 기다리면 정말로 대우채권 투자분의 95%를 돌려받을 수 있느냐”며 확실한 ‘보장각서’를 요구하기도.

문제는 수시로 입출금할 수 있는 MMF에 돈을 잠시 맡겨둔 고객. 이들은 MMF에 1∼7일간 돈을 맡겨둔 것인데 대우채권 편입으로 투자금액 전액을 찾을 수 없다는 데 분개, 격렬하게 항의하는 모습이 창구 곳곳에서 목격됐다.

서울 영등포구 대방동 양모씨(43)는 “아파트 잔금대금 5000만원을 11일 MMF에 잠시 넣어두었는데 대우채권이 20%나 편입되는 바람에 500만원을 못찾게 됐다”며 분개.

〈이강운·박현진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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