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범축협회장 국회서 할복…농협-축협 통합 반대

  • 입력 1999년 8월 13일 01시 15분


신구범(愼久範)축협중앙회장이 12일 밤 9시15분경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회의실에서 농협중앙회와 축협중앙회의 통합을 골자로 하는 ‘농업협동조합법’ 의결에 반대하며 할복자살을 기도, 정치권 안팎에 충격을 던져주었다.

신회장은 할복 직후 인근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옮겨져 약 2시간에 걸쳐 수술을 받았으며 병원측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신회장의 상태를 설명했다.

이날 농림해양수산위 회의가 시작될 때부터 회의장 뒤편 정부관계자석에 앉아 있던 신회장은 통합법안 심의상황을 지켜보다 한나라당 김기춘(金淇春)의원의 법안심사보고가 끝나자 회의장 중앙으로 걸어 나와 윗옷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해온 공업용칼을 꺼내 옷을 입은 채로 배를 찔렀다.

신회장이 병원으로 옮겨진 뒤 김영진(金泳鎭)위원장은 회의를 속개, 통합법안 등 남은 안건을 처리했다.

신회장이 할복한 뒤 회의장 밖에 있던 축협관계자 30여명이 이에 항의,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다 국회 경위들에게 저지당했으며 이 과정에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회의장에 있던 김성훈(金成勳)농림부장관 등 정부관계자들과 농림해양수산위 의원들은 축협관계자들이 회의장 밖에서 농성을 벌이는 바람에 한동안 갇혀 있었으나 국회가 밤 11시50분경 경위들을 동원, 이들을 국회밖으로 끌어냈다.

국민회의 박상천(朴相千), 자민련 이긍규(李肯珪),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는 이날 밤 국회에서 긴급 총무회담을 열고 대책을 숙의했다.

한편 여의도 성모병원측은 “신회장이 혈압과 맥박이 정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출혈도 그다지 많지 않아 일단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종식·이현두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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