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금융개혁특감 하긴했는데, 발표하자니…』

  • 입력 1999년 8월 11일 19시 33분


감사원이 금융구조개혁 및 금융규제개혁 실태에 대한 특별감사의 처리를 둘러싸고 몹시 고심하는 모습이다.

감사원은 이미 지난달 말 감사위원회의에서 금융개혁 특감결과에 대한 심의를 했으나 의결하지 못하고 10일 별도의 간담회를 열어 이례적으로 내부의견 조율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감사원은 12일 감사위원회의를 다시 열어 금융개혁 특감결과를 심의 의결할 예정이나 진통이 예상된다.

감사원이 이처럼 특감결과 처리에 신중을 기하는 것은 금융개혁은 현 정부가 외환위기 극복의 최대 치적으로 꼽는 사안인데다 워낙 민감한 문제가 많아 특감결과가 공개될 경우 예상 밖의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공적자금 60조원을 포함, 90조원이나 되는 돈이 들어간 만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보고 4,5월 금융감독위원회 등에 대해 광범위한 현장감사를 벌였다. 따라서 이번 특감결과는 정부의 금융개혁정책에 대한 ‘중간성적표’의 성격을 지닐 수도 있다.

감사원 관계자들은 그러나 일부 과도한 개혁드라이브로 인한 부작용이나 절차상의 문제점 등이 특감결과로 적시될 경우 ‘개혁피해자 그룹’의 집단적인 반발을 유발하는 빌미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

더욱이 금융개혁은 아직 진행 중이고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 한두가지가 아니어서 자칫 불필요한 논란의 불씨만 만드는 게 아니냐는 내부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감사원은 일단 특감내용에 대해 극도의 보안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한 관계자는 “제도개선에 중점을 둔 감사여서 감사결과가 무리했다는 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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