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김우중회장 동정]『실패했을망정 기업인의 모범』

  • 입력 1999년 7월 22일 18시 12분


‘실패한 경영인이 부도덕한 경영인은 아니다.’

대우위기가 김우중(金宇中)회장의 실책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자타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22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하계세미나를 위해 제주에 모인 재계인사들은 30여년간 쌓아올린 ‘김우중 신화’가 한순간 ‘실패한 경영인’으로 매도되는 데 대해 강한 울분을 토해냈다.

박정구(朴定求)금호회장은 “누가 뭐라 해도 우리경제의 수출드라이브를 선도했던 사람은 김회장”이라며 “수출입국에 기여한 그의 30여년이 한순간 매도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미국 유학을 다녀온 또다른 경영인은 “설령 실패한 경영인이 되더라도 김회장의 일생은 값진 것”이라며 “김회장을 대하는 정부의 모진 시각에서 많은 기업인들은 좌절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참석자들은 김회장이 재벌총수임에도 불구하고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말했다. 현장을 중시한 김회장은 세계경영을 표방하면서 1년중 280일 정도를 외국과 기내(機內)에서 보냈고 동구에서는 시간을 아끼려고 햄버거로 끼니를 대신했다고 말했다.

전경련 고위관계자는 “김회장은 우리 경제에 몇 안남은 1세대 창업자로서 드물게 강한 논리를 갖춘 경영인”이라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김회장이 IMF이후 급변하는 금융환경을 무시하고 확대경영을 고집한 ‘경영실책’에 비해 몇배에 달하는 유무형의 ‘제재’를 받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장남이 미국 유학중 사망한 뒤 2세 경영권 승계를 일찌감치 포기하고 스캔들 없이 검소한 생활을 해왔는데도 흡사 부도덕한 재벌총수처럼 치부됐다는 것. 전경련회장직을 맡다보니 불가피하게 정부와 맞서게돼 ‘개혁대상’으로 점찍혔을 것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제주〓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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