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CB-BW발행 외국인에 「특혜」…국내투자자 불만

  • 입력 1999년 5월 31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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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에겐 떡 하나 더 준다.’

올들어 기업들이 해외에서 사모(私募)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관련 채권을 외국인에게 파격적으로 유리하게 발행하고 있어 국내투자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올 상반기(1∼6월)중 해외에서 발행했거나 발행예정인 CB와 BW는 15억6천만달러(약 1조8천억원)에 이르고 있어 지난해 상반기의 3억9천만달러의 4배에 달한다.

그러나 외자유치라는 허울아래 외국인에게 주식을 시세보다 싸게 넘기는 것은 물론 주가하락, 환율변동 등 투자자가 당연히 져야할 각종 투자위험까지 발행기업에서 부담하는 기형적인 구조로 발행되는 채권이 많다.

▼해외발행시 특혜▼

CB와 B W 는 모두 채권형태로 발행된다. CB는 일정한 가격으로 주식과 교환할 수 있고 BW는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바꿔 타 돈을 벌고 주가가 떨어지면 채권으로 보유, 이자를 챙길 수 있는 상품이다.

이들 채권이 국내에서 발행될 때는 규정에 따라 △전환가가 시가보다 높아야 하고 △발행후 3개월동안은 주식으로 바꿀 수 없다. 그러나 외국에서 발행할 때는 이런 규제가 없다.

기업들은 이 점을 이용해 외국인투자자에게는 훨씬 안전하고 수익률이 높은 조건으로 채권을 팔고 있다.

▼외국인을 위한 ‘떡’ 세가지▼

▽전환일(轉換日)〓4월22일 발행된 현대건설 해외BW(제1백80회)의 경우 주식인수는 발행 다음날인 23일부터 가능했다. 신주를 매수하는 행사가격은 발행일 종가보다 낮은 주당 1만7백40원. 같은달 26∼30일 닷새동안 주가는 1만1천1백50∼1만2천2백원에 형성됐다. 신주를 사서 시장에 매각한 외국인들은 일주일여만에 3.8∼13.6%의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전환가 에누리〓삼성물산이 발행한 해외CB(78회)의 경우 ‘발행후 6개월 또는 1년뒤 주가가 전환가격보다 낮으면 전환가격을 낮춰주겠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티비케이전자와 미래와사람이 발행한 해외CB에는 ‘미국 달러화로 환산한 주가가 전환가격에 못미치면 전환가격을 낮춰주겠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환차손을 보전해주기 위해 필요하다면 전환가격을 더 에누리해주겠다는 것.

▽주가 폭락해도 고수익〓1억달러에 달하는 현대산업개발의 해외BW(83회)는 만기 10년(2009년5월27일)표면이율 1%. 그러나 ‘2000년 5월27일 현재 채권자가 요구하면 6.5%의 이자를 붙여 일시에 상환해준다’는 단서조항이 있어 이 채권은 만기 1년, 이율 6.5%의 조건이 될 수도 있다. ㈜대우가 발행한 해외CB(F―13회)의 금리는 국내에서도 보기 힘든 두자릿수. 주가가 전환가 미만으로 떨어지면 채권으로 보유해 연 10.37%를 보장받을 수 있다.

▼당국 제재움직임▼

기업들이 해외 CB BW 발행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이사회 결의만 거치면 국내발행때 제출하는 금융감독원 등에 유가증권 발행 신고서를 낼 필요가 없어 발행조건을 멋대로 정할 수 있기 때문.

금융감독원은 해외증권의 남발로 발행기업의 주주나 투자자들에게 직간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해외발행때도 국내발행때와 같은 규정(상장법인 재무관리규정)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발행예정 기업을 규제한다면 이미 발행한 기업과의 형평이 어긋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명시적인 규정적용보다는 창구지도를 통해 지나치게 불리한 조건으로 발행하는 것을 통제할 가능성이 높다.

〈이용재기자〉y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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